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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감독 Jun 13. 2022

Au Bordel(Souvenirs de Paris)

Der Wind Hat Mir Ein Lied Erzahlt


나의 블로그 제목을 유심히 본 분이라면 같은 제목의 음악이 소개됐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독어를 배워 본 적도 없고 한 번도 접해본 적은 없지만-단 한번 독일로 여행을 떠났던 적은 있다.

아는 지인에게서 전해 들은 해석은 "바람은 나에게 노래를 실어다 주었다"이라고 들었다.


음악을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심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자주 찾는 레코드 샵 이 있으리라 본다. 나 역시 자주 가는 레코드 샵이 있다.

남들 다 잘 팔리는 가요 CD는 전혀 갖다 놓지  않고, 십 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간간히 찾는 손님들이 있다고 웃어 보이며 말하는 "어떤 날"의 CD가  희한하게도 아직 있는 그런 레코드 샵이다. 

소규모의 수입회사들이 수입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레이블의 심오하며 재미있어 보이는 음악들 이 장식장을 가득 메운 그러한 레코드 샵이다.


서론이 꽤 길어졌다.


이 레코드 샵에서 추천한 음반이 바로 이 음반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파란색-이런 색의 파란색을 좋아한다- CD의 겉표면엔 비닐커버 위에 빨간색으 로 이런 스티커 문구가 적혀있었다.


 "미성년자 구입 불가" 


 아니 도대체 CD에도 이런 문구가 적힐 수 있는 건가?

 나름대로 음반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적잖은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어떤 음악이에요?"

 "퇴폐음악이요(씨익~~^^)"

 "음.... 퇴폐라... 어떤 퇴폐죠?"(이때 이미 사기로 결심했었다 ^^;)

 "들어보시면 알아요. ^^"

 "그래요.. 주세요!!"


그렇게 사온 CD를 집에 돌아오기도 전에 차 CDP에 집어넣었을 때 처음 곡은 차의 소음과 길거리의  소음들로 잘 들을 수 없었다. 라이브라는 것 밖에는... 두 번째 곡으로 FF 했을 때..

나는 길거리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내뱉는 듯한 가사..

울분을 느끼고 있지만 극한으로 참고 있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

심금을 울리는 아코디언의 소리로 시작되는 선율에 이어 나오는 들릴 듯 말듯한 어쿠스틱 베이스의  선율과 스트링.. 그러면서 점점 고조되는 하모니...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적어도 나에겐... 

바로 차를 돌려 다시 레코드 샵으로 가서 두 장을 더 샀다.

나는 희한한 버릇이 있다. 좋아하는 음반은 꼭 몇 장을 더 산다.

그리고 아주 좋은 날에 한 장씩 겉표면을 벗겨낸다. 그러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이 음반에 대한 Information을 얻기 위해서 인터넷을 한동안 뒤적였었다.

참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금지되었던 곡들을 지하의 어느 클럽에서 당시의 음악인들과 행위예술가들이 함께 공연했던 것을 그대로 같은 장소에서 재현한 음반이었다. 그래서인지 CD속지엔 누드의 여체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아마 그래서 CD겉표면에 "미성년자 구입 불가"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던 것 같다.


이 두 번째 수록곡인 "Der Wind Hat Mir Ein Lied Erzahalt" 란 곡은 원래는 영화 "La Habanera"에  삽입된 곡으로 1937년도에 작곡이 된 곡이다. 영화는 보지 못했으므로 어떤 영화인 지는 설명을 못하는 게 아쉽다. 

당시의 문화게릴라 적인 이 음악과 행위들이 지금 이 시대에 들어서도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나간 아득한 음악과 행위예술을 그대로 재현해 보인 현재의 당대 최고라고 불리는 뮤지션들과 행위예술가들이 더욱 아름답다고나 해야 할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의 판단기준에 상업성이 첨가가 되느냐 마느냐... 이런 논쟁은 과거나 현재, 미래까지도 끝이 나지 않을 것이지만 적어도 당시의 이 일련의 '꺼리'들을 그대로 해 보이고 음반으로까지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정신이 부러울 뿐만 아니라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https://youtu.be/dsoDV7MY-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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