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에 목을 매는 스타일이 아니다. 더러운 길거리에도 필요하다면 퍼지고 앉을 수 있고, 땅에 떨어진 음식도 재빠르게 툭툭 털고 주워 먹으며 자랐다(3초의 법칙). 그런데도 자취를 하면서 이상하게 청소에 집착하게 됐다. 머리카락과 먼지가 나뒹구는 꼴을 못 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로 이곳저곳을 닦는다. 자취 초반에야 다들 그럴 수 있다고 했는데, 혼자 산 지 3년째 접어드는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다. 딱히 힘들여 청소하는 건 아니고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친구들은 종종 비법에 대해 묻는데 비법이랄 것도 없지만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일단 청소는 기본적으로 꾸준해야 한다. 날 잡고 대청소! 는 아무래도 힘들다. 그건 아마 날을 잡는 것부터 어려울 것이다. 오늘은 몸이 좀 찌뿌둥하니까 내일로, 오늘은 야근했으니까 다음 주말로,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나가서 놀고 다음 주로, 오늘은 일요일인데 그냥 쉴까… 하다가 결국 못 한다. 대청소도 필요하지만 그렇게 미루다 보면 청소에 손도 못 댄다. 청소란 본디 한번 더러워져버리면 계속 더러워지기 쉽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공간에는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지는 것도 신경 쓰게 되지만, 쓰레기장에 휴지 하나 더 던지기는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랑비 법칙이 중요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꾸준히 매일 하는 것. 오늘은 여기 조금, 내일은 저기 조금 청소하는 방법이다. 그날 눈에 띄게 더러운 곳 딱 한 부분만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이다. 오늘은 선반이 더럽다면 선반만 청소한다. 만약 선반이 크고 많다면 그중에서도 한 구역만 정리해도 좋다. 그러다 보면 다른 부분까지 나아가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참는다. 내일은 내일의 청소가 있다는 마음으로. 괜히 뻗어나가서 지칠 때까지 청소해 버리면 한동안 청소 따위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 더 많이 청소한다. 컨디션이란 기본적으로 나의 컨디션이고, 몸과 마음 모두를 뜻한다. 그건 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아무래도 날씨의 컨디션까지 좋은 날 더 많이 청소하는 법칙이다. 컨디션이 나쁘면 청소고 뭐고 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손을 놔버리면 쓰레기장에 될 테고 그럼 휴지 하나 더 던지는 건…. 그래서 컨디션 안 좋은 날, 청소 안 할 나를 위해 컨디션 좋은 날 그 몫까지 더 해두는 것이다. 몸이 아프고 날씨가 꿀꿀한 어느 날 그래도 나름 깨끗한 공간을 보며 과거의 나를 기특해할 것이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위해 청소했던 것처럼 현재의 나도 또 미래의 나를 위해 청소하게 될 것이다.
기분 좋은 음악을 크게 튼다. 청소를 노동으로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신나는 음악을 튼다. 우울하거나 차분한 것보다는 비트가 빠르고 잘 아는 음악이 좋다. 따라 부르기 쉬운 음악은 흥얼거리며 청소하기에 딱이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역시 캐럴이 제격이다. 도입부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캐럴이나 재즈버전 캐럴을 틀어두면 변기를 닦아도 왠지 낭만이 느껴진다. 좋은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곳에서 조금씩 깨끗해지는 공간을 보며 스스로에게 뿌듯해하는 것이 청소의 하이라이트다.
별것도 없는 법칙들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된다. 마음먹고 행하는 건 어렵지만 습관은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쉽다.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사는 공간을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하고 쓸고 닦아내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나를 좀 더 잘 살게, 잘 살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