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운 Mar 20. 2024

목련이 피길래,  봄날이 오길래

봄날 단상



올봄에는

꽃피는 순서가 없나 봅니다


대구근대문화유산 중 블래어선교사주택


잠시 한눈팔다 보니

목련도 개나리도 산수유도 벚꽃까지

한꺼번에 앞다퉈 핍니다


아침에 훈풍이 불길래 가볍게 나섰는데

해 질 녘에는 찬바람이 몰아칩니다

아직, 봄이라 방심 마라

겨울이  떠나가며 마지막 시샘 하나 봅니다


큰아이 수술이 잡혀  오랜만에 지나게 된

청라언덕

목련이 피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내일, 큰딸 수술방에 넣어 놓고

여기로 와 스케치북을 펼칠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동산의료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무생각에 나오는 그 청라언덕에는

몇 채의 선교사 가옥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선교사 가옥 뒤쪽의 건물은

십여 년 전에 새롭게 지은 대구제일교회입니다

대리석으로 욕심껏 지어 올린 저 건물 덕에

청라언덕과 나지막한 선교사적벽돌 가옥들이

하늘과 머리 맞댄 정겨운 풍경은 이제 없습니다


인근에 백 년이 넘은 역시 근대문화유산이었던

대구 제일교회가 구건물을 남겨두고 새롭게

옮기면서 만든 풍경입니다


대구 최초의 교회 제일교회당, 현재 기념관으로 보존 중


혹, 대구 근대문화유산골목 투어를 다녀 보신 분들을

이 건물이 얼마나 건방지고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지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 있던 하나의 풍경처럼 조화가 생기는 것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상화 고택



어제는 인근 이상화 고택에서 퇴근하는 딸을 기다리다

30분쯤 비길래 휘리릭 그림을 그렸지요.


수술을 앞두고 머리가

어지러울 텐데  근무한 딸과 함께

귀가하려 직장 앞으로 갔습니다.






이제는

집을 나설 때 스케치북하나 있어야

맘이 든든해집니다

그림이야

늘 그 자리고, 모자라지만

늘 집을 나설 때 묵직한 화구들이

따라 길 나서는

이런 봄날이 참 좋습니다




소박하고 순결했던

백 년 된 제일교회당처럼

다닥다닥 머리 맞댄 소박한 근대인물들의 고택처럼

정갈한 하루가 되기를


혹여라도

대리석으로 언덕높이

십자가보다 높이 위선의 탑을 쌓지 않는 날들을

기도하렵니다


비록, 간단한 수술 이긴 하지만

이름 도 모를 조선땅으로

신앙에 기대 찾아온

선교사들의  순진한 기도처럼

기도하렵니다



봄입니다  

목련이 피고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앞다투어 피어오르는 봄입니다.

모두 같이 가시지요

봄 속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엽서 한 장 써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