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람 찬바람에
쎄쎄쎄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서 주세요
구리구리구리 가위바위보
"아침바람이 찬바람이 되어 불고
기러기들이 울며 날아가는 날
글씨를 아는 선생님한테
나는 잘 지내노라
엽서 한 장 써달라 부탁하는"
가사는 아침바람보다 더 쓰라립니다.
가만 돌이켜 생각하면
엽서 한 장 부탁하는 이는 바로
징용 간 아버지 일 수도 있고
팔려간 정신대 누이일 수 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동요가
일제의 잔재임을 알았을 때
아련하고 낭만적인 가사 속에
쎄쎄쎄( せっせっせ ) 구리구리(ぐりぐり)
같은 일어들이 버젓이
사용된 것을 이제야 느꼈을 때
내 유년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었지요.
사라져 가는 것들은
잊혀가는 것들은
모두 다 아쉬운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 가는 것들에 미련이 많은 것은
새롭게 다가올 것들에 대한 불안이 높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과
잊혀야 할 것,
구분할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 일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