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창은 매일 볼 맛이 난다. 365일, 나름 그 의미와 걸맞은 이미지나 움직이는 형상을 검색창에 걸어두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아하!" 하게 될 때가 제법 많고, 그날이 가는 의미를 알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구글 검색창에 개구리가 폴짝거렸다.
윤년, 영어로는 leap year이기 때문이다.
2024년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난 이 시점에 내게 딱 필요했던 하루였는지도 모르겠다. 신정 때 한 번, 구정 때 또다시, 그리고 3월이 되면 또 한 번 더 결심하고 다짐하게 된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 모양이다. 하지만 올해 2024년에는 청룡의 기운에 2월 29일이라는 하루가 더 주어져 봄부터 겨울이 다시 올 때까지 (사전적 의미대로) 1) 새로운 도약을 하고, 2) 장애물을 건너뛰며, 3) 전반적으로 내 삶의 질을 상승시키고, 4) 스스로를 잘 발전시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계획을 세워보라고 격려해 주는 것만 같다.
실은2월 28일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해줬을 법한데, 29일의 특별함은 평소에는 없다가 4년 만에 겨우 한 번 돌아온다는 특별함에 있다. 그런 특별함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이렇게 제법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도 하나 남기리라 결심을 하게 됐다. 이렇게 다른 일은 제치고 글을 남긴다는 사실이 그 특별함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제법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아주 잠깐 검색해 본 결과, 아일랜드와 영국에서는 윤년이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프러포즈할 수 있는 해이기도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훗날 2월 29일 단 하루만 그럴 수 있다고 바뀐 문화권도 있는 것 같다. 남성이 여성의 프러포즈를 거절할 경우 가죽 장갑, 장미 한 송이, 1 파운드(돈), 또는 키스로 보상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2010년에 여기서 영감을 얻은 영화도 나온 것 같던데 넷플릭스에 있나 찾아볼 생각이다.) 하여간 문화라는 건 재밌다.
있었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이 특별한 날이 생일인 사람들의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친구의 생일이 2월 말인데 아슬아슬하게 29일을 피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직접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책에서 미국 소설 중에 2월 29일에 태어나는 바람에 20살이 되었을 때도 아직 5살밖에 안된 걸로 쳐져서 신체나이는 성인이어도 어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캐릭터의 얘기가 있었다. 2월 29일이 생일인 사람들은 2월 28일의 끝자락에 생일을 축하할까, 3월 1일 새벽에 축하할까, 아니면 그 틈새를 맞춰서 생일을 맞이할까. 한 번이라도 만나보면 4년에 한 번 겨우 맞는 온전한 그날이 어떤 식으로 나가오는지 묻고 싶다. 더욱 특별하게 생일을 보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4년 전, 29일이 있는 2월의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되돌아본다. 생각만큼 나는 멀리 오지 못했지만, 어찌 보면 환경적으로는 꽤나 큰 차이가 있기도 하다. (e.g. 코로나 & 그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 그러고 보니 그때는 아직 브런치 작가 지원도 고민하며 미루고 있었던 것 같다.
4년 뒤, 2028년의 2월 29일에 글을 올린다면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