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룬 결과였다. 평소에는 사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어쩔 수 없이 못할 경우에도 이틀을 꼬박 넘기지는 않았건만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에 48시간 이상 72시간 미만의 퍽 긴 기간 동안 씻지 않았다. (나름의 방어를 하자면, 마지막 날은 집에만 있었다.)
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씻으러 들어가면서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평소에 씻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남짓. 하루에 15분, 이틀이면 30분. 오늘은 15분에 이틀분 샤워를 하면 결과적으로 15분을 아낀다. 나쁘지 않은데?
물론 온몸에 노폐물을 축적하는 동안 찝찝한 것은 있었지만, 그 대신 마음 편히 늘어져있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시간도 아꼈으니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15분의 이득을 취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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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몰아서 씻어본 사람은 이미 알 것이다. 샤워를 이틀 만에 하니 머리는 더 빠지고, 샴푸도 한 번으로는 두피가 찝찝하니 두 번 한다. 개운하려면 비누칠도 더 오래 걸린다. 결국, 시간은 평소의 두 배 가까이 걸린다. 즉, 미룬다고 이득 본 건 없고, 오히려 빚이라도 갚듯이 한번 이득 봤던 것을 다시 빼앗기는 기분마저 든다.
내게는 잠 또한 비슷한 것 같다. 잠을 아끼면 다음 날 빚을 져서 더 오래 자야 회복이 된다. 결국 플러스가 마이너스되면서 그게 그건데, 중간에 찝찝한 시간만 생겨버린다.
이래서 한꺼번에 몰아서 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 하라는 얘기가 나왔나 싶다. 몰아치는 것은 후폭풍만 큰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스멀스멀 끼어들어가는 찝찝함이 이자로 생겨버린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다. 매번 새롭게 잊어버려서 탈이지.
새해다짐으로 기존에 했던 목표 설정뿐만 아니라, 아예 생활태도를 하나 바꿔보기로 한다.
‘미루지 않기’
첫걸음으로 아무리 귀찮고 피곤하고 힘들고 축 늘어져도, 매일 씻는 것부터 해야지. 아무리 귀찮고, 피곤하고, 힘들고, 시간이 아깝고, 물도 아깝고, 계면활성제도 아깝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