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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초년생 Nov 06. 2020

임산부뱃지를 달고 싶지 않은 심리

내생에 첫 임신, 신경쓸 것이 많아졌다

내가 이렇게 임신 스토리를 적게 될줄 몰랐다. 

그렇지만 이건 반드시 기록해야돼! 라고 느낄 정도로 내 생에 첫 고통과 고충을 겪고 있기에 조금씩 담아보려고 한다. 일단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주말엔 프리랜서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프로N잡러이다. 일에 미쳐서 살았고 일을 하는게 제일 좋은 취미생활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의 거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도 지치지 않았던 에너자이저..였다. (과거형)


그리고 결혼한지 벌써 5년차가 되어가는 유부. 맞벌이 부부이며 서로 일을 좋아하고, 만나서도 일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제일 행복하고 안정스러운 그런 워커홀릭 부부이다. 그러다가 이제 슬슬 2세를 가져볼까 하는 마음에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임신을 준비했다. 중간에 여러 사연이 있었지만 이하 생략하고 그렇게 임신이 되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5주차. 급격하게 변한 몸 컨디션과 임테기, 날짜계산 등으로 이미 임신임을 확신했지만 바로 병원에 가진 않았다. 어차피 임신확인서 주고 초음파로 아기집 정도밖에 안 보일텐데~ 하면서 일단 스케줄 먼저 처리하고 시간나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6주차에 슬금슬금 병원을 가고, 동그란 아기집이 있는 초음파 사진도 받았다. 바로 보건소에 가서 산전검사도 받고, 임산부뱃지, 엽산 등을 한더미 받고나니 비로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임산부라니!!!

임산부 뱃지의 크기가 그렇게 큰지 몰랐다. 핫핑크 색으로 누가봐도 눈에 띌만한 크기와 색상인데 이게 지하철에서 안 보인다고? 나는 사람들이 임산부 뱃지를 잘 못봐서 못 비켜준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대략 뱃지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만한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뭐 안 보고 싶어도 보이는 크기인데... 

하지만 이 뱃지를 바로 달고다닐 용기는 나지 않았다. 창피한 일도 아닌데 뭔가 남사스럽고 부끄러운 기분은 뭘까.. 남의 도움없이 잘만 살아가던 내가 갑자기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며 알리는 느낌이어서 약간 거부감도 들었다. (배가 불렀지)


아직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이른 시기였지만 내 행동은 점점 몸을 조심하고 먹을 수 있는것과 바를 수 있는 것을 구분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매일 바르고 있는 화장품 정리. 화장대에 가보니 주름개선 및 화이트닝 등 기능성 화장품이 잔뜩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발랐던 앰플이나 로션의 전성분을 확인했다. 래티놀 성분이 금지 성분인데 임신 전까지 매일 바르고 있었다는걸 보고 바로 남편 화장품 속으로 옮겨두었다. 이렇게까지 신경쓸 것이 많다니.. 나의 사소한 행동이 아기의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이 정말 놀랍고 무서운 것 같다.


다음은 나의 입덧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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