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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근 Content Writer Mar 03. 2021

온 국민이 누리는 해외 유출 문화재

‘디지털 귀향’은 미래세대에게 문화재의 원형을 오롯이 이어주는 일

지난 2월 경기 하남, 고양에 위치한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문화재 환수를 염원하는 ‘해외 우리 문화재 디지털 귀향展’이 열려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해외에 유출된 국보급 문화재를 대형 미디어타워 등 디지털 매체로 선보인 전시는 스타필드를 찾은 고객이 국보급 문화재를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디지털 명화로 복원, 재현한 안견의 '몽유도원도'. 일본 덴리 대학 도서관 소장 ⓒ다인미디어아트랩
▲ 지난달 스타필드에서 열린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블루캔버스 주최 '디지털 귀향展' ⓒ헤리스타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 문화재는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 회화류로 조선시대 최고의 산수화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높이 20m의 미디어 타워와 가로 78m의 파노라마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와 스타필드 공간이 디지털 미디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이 ‘디지털 귀향’은 6년 전인 2015년 3월 1일,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를 염원하는 대국민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해외에 유출돼, 다시 돌아와야 할 문화재 원작의 감동을 생생히 전하는 미디어아트 전시로 국외 소재 문화재를 디지털로 귀향시키는 방법론이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2020년 4월 집계 기준 21개국 193,136점이다.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보급의 중요한 문화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도 상당수로 추정된다. 이유는 개인이 보유한 유물은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환수는 그 노력만큼 실질적 성과는 녹록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모든 문화재를 완전히 환수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문화재 환수의 요원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수해야 할 문화재를 환수 전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국민이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외에 소재한 문화재 원작의 감동을 국내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미래세대에게 그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 문화재는 국외로 반출되곤 했다. 특히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 일제강점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선물, 매매 등으로 나간 것이 있는가 하면, 약탈당한 문화재도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외규장각 의궤’, ‘몽유도원도’가 대표적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학술적 연구대상이 아니라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는 문화의 토대다. 한 나라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국을 떠난 문화재 환수는 우리 얼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찾아와야 한다.


문화재위원장, 국외소재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의 회고에 따르면 “해외 문화재 환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에선 야단법석이 일어나는데 그럴수록 문화재를 합법적으로 소장한 외국기관들은 움츠러들게 된다”며 “문화재 반환은 서두르면 탈이 나게 된다. 차근차근 장기계획과 거시적 안목으로 임해야 한다. 아울러 불법 유출 문화재는 실태를 파악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환수하되, 합법적으로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현지에서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여러 사유로 당장 돌아올 수는 없지만, 디지털 문화유산(Digital Heritage)으로 복원한다면 환수해야 할 문화재가 비록 해외에 있더라도 그 원작의 감동을 우리 국민이 느끼도록 할 수 있다.


‘디지털 귀향’은 삼성그룹 제일기획에서 오랜 시간 디자인·광고 전문가로 활약하며 마스터를 지냈던 남상민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퇴직 후 전업 작가로 새 출발, 과거의 명작을 디지털 명화로 재창조하는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다가 문화재 보존과 전승을 위한 가치 확산 활동으로 2015년 시작했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원작을 실감형 미디어아트로 감상하고, 환수를 염원하는 민간 차원의 대국민 캠페인으로 전개됐다.

        

▲ 미디어아티스트로 '디지털 귀향'을 이끈 남상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회장. 지난 2월 1일 방영된 이데일리TV <이데일리 초대석> 녹화에서 유재희 기자와 대담 장면 ⓒ헤리스타


지난해 3월 문화재청 인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가 국외 소재 문화재를 디지털 명화로 재현하며 ‘해외 우리문화재 디지털귀향’ 캠페인을 잇고 있다.


‘디지털 귀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문화재 환수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복원된 디지털 명화를 통해 돌아와야 할 문화재 원작의 가치·의미를 미래세대까지 전달하는 비대면·디지털 환경의 적확한 방법론이다.


충청남도의 경우 6개국에 450여 점의 문화재가 반출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백제시대 유물로, 공주와 부여의 고분 등에서 출토돼 반출된 것으로 일제강점기 피해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일제강점기 반출된 오구라컬렉션 한국문화재(1,030건) 중에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재한 금동반가사유상(7세기), 원두대도(공주 송산리 1호분 출토) 등 백제문화유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

    

▲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백제반가사유상' ⓒ국립문화재연구소


올해는 무령왕릉 발굴 50주년과 갱위강국 선언 1500주년이 되는 그야말로 ‘무령왕의 해’다. 충남도와 공주시, 부여군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백제문화유산 콘텐츠를 세계유산축전-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공산성, 부소산성), 2021 대백제전에 선보인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외 소재 백제문화유산을 첨단 기법으로 복원하여 미디어아트로 다시 태어난 디지털 헤리티지는 방문객에게 실감형 전시·체험의 가치 향유 프로그램이 된다. 마음이 중요한 시대에 온·오프라인에서 백제의 정신과 역사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정부 차원 환수 활동 외에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시·도) 중 충남도의회가 2017년부터 충남국외소재문화재실태조사단(단장 김연)을 설치하여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문화유산회복재단과 함께 백제미소불(부여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등 충남 지역의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서는 공주시의회(의장 이종운)가 ‘공주시 국외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활동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지난 25일 의정토론회를 열었다. 전국적으로 내 고향의 문화재를 다시 찾기 위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분권 시대 각 지자체의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를 위한 노력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디지털 귀향’은 수많은 해외 유출 문화재의 반환이 요원한 만큼 디지털 방식으로 귀향시키는 대국민 캠페인이자 디지털 보존·전승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낡고 훼손되어가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재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 문화재의 원형을 오롯이 이어주기 위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소명이다.  


[글 = 이창근 칼럼니스트]
: 문화정책을 전공한 예술경영학박사(Ph.D.)로 문화산업컨설턴트인 동시에 콘텐츠산업을 읽고 쓰는 작가(Content Writer)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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