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으로 지난해부터 신한류가 한국의 전통문화까지 전 세계 한류 팬에게 주목받는 가운데, 이날치와 앰비규어스의 ‘범 내려온다’ 영상은 그 관심을 증폭시켰다.
신한류 열풍 속에 한국문화는 한국적인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모든 것들까지 호감도가 상승해, 연관 산업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특히 한류의 원류인 국악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어느 때보다도 화두가 되고 있다.
가온병창단을 지도한 지현아 예술감독(사진=가온병창단)
지난 8월 19일 대전예술가의집에서 가야금과 노래가 함께 연주되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가온병창단의 제2회 정기연주회 ‘해설이 있는 춘향가’다. 가야금병창으로 들어보는 춘향전 공연으로, 녹화하여 유튜브로 전 세계에 한국 고전문학의 스토리와 선율을 전했다.
공연은 1세대 가야금 병창의 전승자인 박귀희 명창의 대표적 작품으로 속세의 고달픔을 잊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명곡인 단가 ‘녹음방초’로 시작됐다. 이어 춘향가의 서사를 ‘적성가’와 ‘천자뒤풀이’, ‘사랑가’로 사랑을 그리는 장면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갈까부다’, ‘기생점고’, ‘군로사령’, ‘쑥대머리’를 통해서는 이별과 고난의 춘향을 그려냈다. 공연의 피날레는 춘향가에서 가장 통쾌한 대목인 ‘어사출도’, ‘얼씨구나’로 춘향가의 눈대목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춘향가의 ‘더늠’들이 연주될 때마다 배경막에는 춘향과 몽룡이 사랑을 담아내는 모습이 영상으로 연출됐다. 구슬픈 노랫말과 선율은 영상과 더해져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해설이 있는 춘향가 공연 현장(사진=가온병창단)
국악인 지현아를 중심으로 10년 전, 가야금과 판소리를 전공한 젊은 국악인들이 ‘가온병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결성하여 다양한 무대에서 가야금 병창을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번 공연에는 이평화, 전새롬, 강다은, 박사랑, 윤수빈, 남궁민, 신소영, 이예린, 정윤서, 도연, 김나연이 출연했다.
가온병창단은 전통을 오롯이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재해석을 더 하여 동시대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관객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창단연주회를 통해 위로와 희망의 국악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유영대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판소리 ‘춘향가’를 가야금 병창으로 전체적 맥락을 전하는 춘향가 완창 공연”이라며 “집약된 주제로 하나의 완결된 공연을 마련한 것이야말로, 가야금병창의 영역을 확장하는 작업이다. ‘해설이 있는 춘향가’는 권위 있는 해설을 동반하여 관객에게 친절하게 작품의 서사를 전하면서, 노래마다 담겨있는 중요한 감정과 이면을 놓치지 않게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유영대 교수는 “특히 가야금병창을 중심으로 거문고와 피아노, 첼로가 함께 연주하여 풍성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추천했다.
이 공연을 기획·지도한 지현아 가온병창단 예술감독은 “보통 6시간가량 되는 춘향가를 1시간으로 줄여 관객과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모든 곡에 그림이 배경에 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도 판소리, 가야금병창, 국악가요 등 다채로운 성악 장르로 구성해 춘향가 한바탕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지현아 예술감독은 가야금병창과 소리꾼으로 활동하는 영동군립난계국악단 수석단원이다. 대전 출신으로 전남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예술전문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전국국악경연대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가야금병창 부문 장원을 수상했으며, 현재 충북과 대전, 충남을 중심으로 가야금병창의 저변 확대와 국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동난계국악단 수석단원으로 활동하는 가야금병창연주가 겸 소리꾼 지현아
가온병창단은 전통 가야금병창에 중심에 두고, 그것을 전승하고 있다. 전통 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새로운 창작작업을 시도하여 대중에게 가야금병창의 참모습을 전달한다.
국악인 지현아와 가온병창단이 가야금병창으로 전하는 한국음악의 가치를 세계 속에 신한류로 확산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