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리모델링 프로젝트 ①] 국가균형 발전과 문화격차 해소
민선 7기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지방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문화기반시설 중 국립국악원을 내 고장에 유치하기 위한 열기로 뜨겁다. 심지어 국립국악원 유치가 단체장의 공약사업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지자체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의 문화적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문화기반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역주민의 문화복지 신장일 것이다.
과거에 어른들이 ‘문화가 밥 먹여주냐’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문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BTS(방탄소년단) 등 한류의 힘으로 세계 7위의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했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화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원천으로 우리 정신문화의 근간인 전통문화와 문화유산, 국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성장동력이 되는 이유다.
2019년 11월 현재, 국립국악원 지방분원 유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는 제주특별자치도, 광주광역시,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충남 공주시, 강원 정선군과 강릉시까지 7개이며, 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거나, 기초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경북 문경시와 대구광역시, 충남 서산시까지 합하면 10개의 지방정부에서 지방국악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중반부를 넘으면서 더욱 과열된 양상이다. 아직 결정된 바는 전혀 없으나, 광주광역시는 국립국악원 건립예산 70억 원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상태로, 2020년 국비 확보를 위해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악원이 ‘국립지방국악원 건립 타당성 검토기준 마련 연구용역’을 한국경제경영연구원에 의뢰하여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조사‧분석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체부는 국립국악원 지방분원 설립계획 확정의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예산 확보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국의 국립국악원 분원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저마다의 유치위원회, 유치자문단 또는 유치협의체를 구성, 내 고장의 지방국악원 설립 당위성을 강조하며 유치 활동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전국문화기반시설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국립박물관은 14개소다. 이에 비하여 국립국악원은 서울, 전북 남원, 전남 진도, 부산 이렇게 4개소다. 우리 정신문화의 근간인 국악 진흥 문화기반시설이 박물관ㆍ미술관과 비교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국악이 지역의 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비해서도 오랜 기간 방치되어 온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에 따라 국가균형과 관련된 국정과제와 여러 현안에 대해 여론을 조사하고 타당성을 분석하여 정책을 자문, 조정하고 있다. 지역문화 활성화의 문화공간으로 미래지향적 국립문화기반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신규 설립 대상 지역에 대한 객관적 기준 제시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국가균형 발전과 문화격차 해소에 한 걸음 다가서는 정책일 것이다.
신라의 음성서로부터 조선시대 장악원의 법통을 이은 국립국악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그 명맥을 이어왔다. 궁중음악과 민속음악뿐만 아니라 창작국악, 국악교육 등 한국음악의 보존과 전승, 창의적 활용을 임무로 하는 대한민국의 국립음악기관이다. 본원이 서울에 소재하며, 지방국악원은 전북 남원에 판소리와 창극을 특화한 국립민속국악원이 1991년에 개원했으며, 전남 진도에 굿과 남도음악으로 국립남도국악원이 2004년, 부산에는 춤과 연희로 국립부산국악원이 2008년 개원했다. 권역으로 보면 수도권 1개, 호남권 2개, 영남권 1개로 총 4개다. 아직 제주와 강원, 충청권에는 국립지방국악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특별기획으로 추진되는 이 취재는 국립지방국악원을 어느 지역에 설립해야 한다가 아니라, 국악이 지역문화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본다면 권역별 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성에 따라 그에 적합한 지방국악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을 규명하는 프로젝트다. 국립지방국악원이 현재 시점에서 추가로 1~2개가 아니라 3~4개, 그 이상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에 지역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립지방국악원의 전국적 확충은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정책적 검토가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전국의 국악인과 전공자, 국악애호가들의 염원이었다. 때마침 문재인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본 프로젝트를 통해 국립지방국악원의 지평을 열고자 한다.
따라서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특별기획, 한국문화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전국을 권역으로 나눠 지역의 국악인은 물론 문화관계자, 향토사학자, 공무원 등을 취재하여 다양한 여론을 수렴, 미래지향적 설립방안 마련이 목표다. 그 구체적인 가치와 의의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국악과 전통공연예술을 통한 국민의 문화복지다. 고대 제의와 함께 연행됐던 음악과 춤은 신라의 음성서, 고려의 대악서, 조선의 장악원, 이왕직아악부 그리고 오늘날의 국립국악원으로 천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지닌 국립예술기관이기에 각 지역에 지방국악원을 두어 이를 계승, 발전시켜 문화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한류의 원천으로 국악은 시대정신이다. 국민들에게 국악이 생활 속의 국악으로 스며들도로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한편, 한국문화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인의 문화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의 문화플랫폼으로 지방국악원 역할의 확장성이다. 각 지역의 국악 거점을 중심으로 전통공연예술의 보급은 물론 예술,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근간으로 콘텐츠 허브 기관이 지방국악원이다.
국가균형 발전을 위한 전국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목표로 추진되는 ‘한국문화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총론인 이번 1호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그 합리적 대안을 찾고자 한다. 더불어 이 취재는 국립국악원장을 지낸 인사, 지역별 대학의 국악과 교수 등과 함께 진행한다.
전국의 국립국악원 지방분원 유치를 추진하는 지역별 현장을 찾아 인터뷰하고, 그 지역의 당위성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어제의 역사가 있기에 우리는 오늘날, 내일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전통이 미래의 희망이다. 그 전통의 중심에 국악이 있다. 국악으로 만개하는 지역문화는 곧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다. 국악선율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져 문화로 활짝 핀 대한민국을 찾는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다.
[한국문화 리모델링 프로젝트]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특별기획으로 연재되는 ‘한국문화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정신문화의 근간인 국악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기반시설의 확충을 목표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역주민,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현장을 취재하여 그 지역문화의 미래를 탐색합니다. 지역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화정책 어젠다를 발굴, 초연결사회의 문화메신저로 대한민국의 미래가치를 창출합니다.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
【연재순서】
1. (총론) 국가균형 발전과 문화격차 해소 – 지역문화 진흥, 국악으로 만개하다
2. 강원 강릉의 국악과 전통문화
3. 강원 정선의 국악과 전통문화
4. 광주의 국악과 전통문화
5. 제주의 국악과 전통문화
6. 충남 공주의 국악과 전통문화
7. 충북 영동의 국악과 전통문화
8. 경북 경주의 국악과 전통문화
9. 기타 유치 준비 중인 지역
10. (마무리) 국립지방국악원과 지역문화 활성화
*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에 2019. 11. 27. 게재된 연재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