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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쉑터 Apr 05. 2020

넷플릭스, 킹덤

1. <킹덤>의 출현     

넷플릭스에 제작한 <킹덤>은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란 회사는 미국 콘텐츠 업체이고, <킹덤>의 배경은 조선이다. 조선시대라는 점에서 외국 특히나 서양문화에서 큰 힘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왜 조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선택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다. 물론 다양한 시라니오 또는 조건들이 있지만, 최근 좀비물에 대한 장르면세서 한국이 부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란 영화가 큰 여파를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흥행에 성공한 <부산행>, 그러나 뒤에 나온 애니메이션 장편영화인 <서울역>은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제작비용이나, 또는 <서울역>에서 보여주는 작화나 욕설의 수준이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지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는 <부산행>과 <서울역>을 보면서 느낀 점은 만일 연상호라는 감독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작품을 제작했는지를 안다.  

   

특히 <셀마의 단백질 커피>를 보면 그가 <부산행>을 만들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좀비물에서 왜 외국하고 차이가 나는가? 외국은 그로테스크와 액션에 크게 관심을 둔다면, <부산행>은 가족과 인간관계성에 대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괴물들이 나오면 칼로 목을 자르고, 총으로 심장을 파괴하는 것만이 좀비장르가 아니라, 탈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는가 이다. 그런 맥락에서 <킹덤> 역시 일반적 좀비물과 다르다.   

  

그들이 어떻게 좀비가 되고, 그 좀비들로 인해 어떤 상황에 처해져 있는가에서 액션만이 작품의 전부가 아니라, 서사적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좌우하고, 또한 작품 세계관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좀비로 인해 조선을 뒤집혔지만, 좀비만 잡는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게 아니다. 좀비로 인해 야기된 현상으로 조선은 어떤 상황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되어가야 하는지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 시기적 배경


<킹덤>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적 배경은조선시대 후기시대이다. 즉, 조선시대 후기로 넘어가는 계기는 바로 임진왜란이다. 물론 정묘년과 병자년의 호란으로 인해 조선의 큰 위기가 닥쳐오나, 근본적으로 후기로 넘어서는 지점은 임진왜란이다. 7년의 전쟁으로 인해 조선팔도는 매우 열악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은 물론이오, 식량문제와 겨울의 추위, 그리고 병마까지도 문제였다.     


조선시대는 농업사회였고, 농업은 토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마을이 파괴되면 인력이 모이지 못하고, 논밭은 잡초만 무성하세 자란다. 식량은 피난민과 조선 장병들도 필요하나, 일본 왜군 역시 필요하다. 그런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육을 먹는 방법을 택한다. 처음에는 길가에 시신을 먹던 것이 이제 서로의 자식을 남에게 바꿔주어 먹는 일도 있었다. 도적단은 아예 사람을 사냥하는 일까지 있었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쟁 중 인육을 먹은 자는 큰 벌을 받아야 하나, 식량이 부족하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킹덤>에서 사람을 감염시키는 좀비가 탄생한 시초는 바로 인육이었다. 이승희 의원은 제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영신의 제자는 바로 장례를 치루지 못한 채, 고깃국이 되어 지율헌 백성들의 식사거리가 되었다. 사람고기를 먹은 이들은 갑자기 죽게 되고,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가 되었다. 인육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인육을 먹더라도, 대부분 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고, 시신이 들녘에 방치되면 전염병이 돌 수 있는 여건도 좋다. 시신이 부패하면 각종 세균들이 번식하고, 아무 생각 없이 먹게 되면 병에 걸린다. 보통 좀비물에서 최초의 좀비는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갑자기 등장하고, 불의의 실험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킹덤>에서 좀비는 생사초에 서식하는 기생충이 원인이고, 이 기생충이 침투한 시신을 사람들이 먹게 되면 전염된다. 단지 최초 생사초에 의해 좀비가 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물게 되면 피해자는 좀비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즌 1기와 2기에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래 지율헌의 좀비는 계속하여 사람을 공격하고, 공격당한 사람도 좀비가 되어 다시 또 사람을 공격한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전파되는 좀비속성은 군중사회에서 볼 수 있는 전반적인 집단적 현상과 유사하다.      



3. 등장인물과 역사속의  관계성


임진왜란 당시 임금이라면 당연히 의주까지 몽진한 선조가 생각날 것이고, 선조의 아들 광해군이 떠오를 것이다. <킹덤>은 기본적으로 임진왜란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선조와 광해군의 모티브를 많이 활용했다. 특히 계비 조씨의 경우 인목왕후와 많은 유사성을 가진다. 선조의 적자인 영창대군은 선조 말년에 태어나지만, 권력관계로 인해 어린 나이로 증살을 당한다. 인목왕후는 그 이유로 광해군은 증오하나, 광해군이 왕으로 등극하기 전에 광해군에 대한 정치적 견제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인목왕후 아버지인 김제남 역시 그렇다. 김제남의 모티브는 조학주와 닮아있다. 하지만 조금 차이나는 점은 광해군은 위로 임해군이 있었고, 이복형제들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세자 중에서 왕의 서자로는 광해군만 있었다는 점, 선조는 명종의 조카인 점에서 왕권이 초기에 매우 약했다. <킹덤>에서는 선조시대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임진왜란 이전에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축옥사가 있었다. 기축옥사로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분리되어 대립하였고, 동인을 분리하게 만든 장본인은 서인과 선조였다. 하지만, <킹덤>에서는 서인, 남인, 북인의 관계는 없다. 오로지 조학주의 권력만이 살아있다.     


이 모습은 마치 명종시대 간신 윤원형과 유사한 모습이다. 물론 왕후는 딸이 아닌 누이관계지만, 왕후를 이용하여 나라의 권력을 사로잡은 인물에서 그와 유사하다. 선조가 명종의 조카인 점에서 <킹덤>은 조선의 여러 시대에 대표하는 인물들은 모아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임진왜란 후라는 점, 세자 이창의 스승인 안현 대감의 경우, 임진왜란 의병장으로 활약한 정인홍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점에서 여러 가지 속성이 있다.     


물론 정인홍은 광해군의 스승이 아니나, 영남유림 중에 의병장으로 활약하여 살아남은 대유자로는 정인홍만 인물이 없었다. 선조가 죽기 전 광해군의 입지가 위태로울 때, 정인홍이 영남유림의 대표로서 광해군을 옹호했다. 물론 그 덕분에 영의정에 오르나, 추후 인조반정으로 인해 노년의 나이로 참형을 당한다.      


<킹덤>을 보면 수수께끼 요소가 많다. 특히 왜 창궐했는지? 어디서 원인인지?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여러 의문들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좀비들이 밤에만 활동할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기온에 따라 활동한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들을 확인하고 찾아내는 인물이 “서비”이다. 그녀는 이승희 의원의 제자지만, 이승희 의원의 모티브는 허준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조선 최고의 명의지만, 작품에서 명의의 활약보다 그 제자로 풀어간다.      

그 외 주요인물로 조범팔, 무영, 영신은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킹덤>은 이야기의 복선을 그려낼 수 있었다.      


4. 서사의 진행이 왜 극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서사를 보면 상황이 상당히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세자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 그가 어떤 식으로 위기를 헤쳐 가는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는 양반이란 계급에서 무반과 문반으로 구분된다. 훈련대장이나 어영대장은 무관이나, 병사들의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병조판서는 무관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큰 병력과 관련된 병권을 관장하고 있다. 현재로 따지면 국방부장관이다.      


전쟁에서 무관과 병사들이 싸우기는 하나, 지휘권은 장수에게 있다. 지휘권을 가진 자를 어떻게 포섭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전황은 크게 좌우된다. 세자가 동래부로 내려갈 때 세자신분을 몰랐을 때 좀비들에 대항할 수 있는 지휘가 정립되지 않았다. 세자가 신분을 공개하자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따른 점, 조학주 대감이 좀비로 된 안현대감에게 죽자 훈련대장이 세자에게 붙는다. 훈련대장의 지휘로 인해 훈련원의 병사들이 모두 세자의 휘하로 가게 된 것이다.     


세자가 한양에 들어올 때 세자를 잡기 위해 병력이 출동하나, 병조판서의 명령에 의해 모든 성문이 통제되고, 병사들은 세자의 명령에 따른다. 조선시대 왕명이라 해도 바로 밑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승과 판서들과 논의하여 결정하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만일 왕의 자리가 비고, 세자가 모함으로 역적이 된 상태라면 당연히 판서들의 판단이 상황을 만들어 낸다.      


또한 극적인 상황은 조학주의 음모도 있다. 좀비가 된 왕을 상주까지 데려간 점, 왕이 세자를 죽이면 정적을 없애는 것이고, 왕자가 왕을 죽이면 왕자를 역적으로 몰 수 있다. 계비 조씨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사저에 임신한 여성을 보살피는 구실로 아들을 만들려고 한다. 자신의 임신주기와 유사한 임산부를 순산하게 하여 여자아이면 산모와 아이 모두 살해하고, 아들일 경우 자신의 아들로 뒤바꾸려 한다.     


그녀에게 어머니로서 아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조선의 국모로써 왕자가 필요했다. 그러니 세자 이창은 그녀에게 큰 장애물이고, 자신의 불임은 아버지 조학주에게 알려서는 안 될 비밀이다. 하지만 그 비밀이 드러나자 계비조씨는 아버지 조학주를 독살한다. 아버지를 독살하기에 좋은 명분이 있었다. 좀비에게 물려 결국 병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가족의 생명도 무참히 앗아가는 게 비정한 장면이고, 이것은 곧 극적인 전개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계비조씨는 이창에 의해 음모가 드러나고, 이창이 궁궐을 장악할 때, 감옥에 감금된 좀비를 해방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면 그 누구라도 가질 수 없다고 말이다. <킹덤>은 상황에 몰리면, 그 상황에 대해 극적인 상황을 전개하고, 그로 인해 이야기의 전개를 필연적으로 진행시킨다. 무영의 아들은 왕좌에 앉지만, 그의 몸에는 좀비의 기질이 흐른다. <킹덤> 3기는 또 다른 위기에 빠진 조선이 나올 수 있다는 복선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5. 왜 조선은 망가지는가?


<킹덤>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바로 백성이고 민초이다. 계급사회의 모순은 안정적인 구조로 유지되면 될수록 커졌다. <킹덤>에서 임진왜란에 대한 원인과 전개과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방어벽은 약해지고, 금방이라도 영남은 무너질 것처럼 보여준다. 관군은 아무 힘도 없고, 의병대는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보낸다. 이때 조학주가 안현에게 제안을 한다. 좀비를 이용하면 좋지 않으냐고.     

 

문제는 좀비가 되어야 할 백성이다. 백성 중에는 몸이 성한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도 많다. 수망촌(壽望村), 참으로 아이러니한 마을이름이다. 어찌 목숨을 원하는 마을이라니, 살기를 바라는 자들이 사는 모여 사는 곳은 사실 나병질환을 앓은 백성들이 모인 곳이다. 나병이 들면 제대로 살기 어렵다. 추위와 배고픔에 치료까지 못 받으면 결국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에 걸린 그들이 죄를 지은 것도 없지만, 작전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희망이 없다면, 적어도 그들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했어야만 했다. 안현 대감은 속으로 그들의 희생에 큰 빚을 지고 사나, 조학주에겐 없다. 등장인물 영신은 수망촌에서 희생당한 사람과 가족관계를 가진 사람이었다. 당연히 가족이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 시신마저 이용당했으니 그 분노가 어찌 감출 수가 있으랴. 하지만 안현 대감의 죽음에 그의 가노들도 분노를 느낀다.    

  

인간의 분노란 참으로 무섭다. 자신의 죽음조차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현 대감이 조학주에 의해 살해당할 때, 그의 가노는 자신이 죽더라도 조학주만큼은 어떻게든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만일 조정실세가 조학주가 아닌 안현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안현은 분명 왕자의 스승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학문으로 큰 인물이고, 유림에서 상당한 입지를 위치하나 막상 중앙권력에서 멀리 떨어진 인물이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정치로 해결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잡아야 한다. 문제는 권력을 잡아야 할 인물이 조학주처럼 흉악하거나, 임금처럼 무능력하다는 점이다. 조선의 왕이 죽기 전에 후사를 결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세자로 책봉해야 한다. 이창이 세자로 책봉되어도 왕의 죽음조차도 몰랐으니 왕이란 인물이 자신의 왕권(王權)이 신권(臣權)보다 못한 형국이었다. 왕의 눈에 거슬려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해원조씨의 눈에 거슬리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형국이었다.     


왕의 무능함과 신하의 권력욕, 그리고 거기에 일어난 전쟁의 폐해는 백성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조학주는 백성을 좀비로 만드는 것에 고민하는 안현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하와 종묘사직을 위해서라고 말이다. 왕실과 국가전체, 그러면 조선이란 국가는 임금이 법을 만들고, 행정을 관할하며, 사법의 권한도 있었다. 물론 혼자서 처리하지 못하기 6조의 대관들이 실무를 관장했지만, 국가가 왕인데, 국가는 왕으로 움직일 수 없다. 결국 왕을 중심으로 사대부들이 협력관계로 정국을 운영한다.     


왕 옆에서 보좌하고 권력을 누비는 자들, 사대부의 기본정신은 여기서부터 틀린 것이다. 공자의 사상에서 선비란 존재는 정치적으로 백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있는 존재이다. 문무백관들이 있는 이유는 정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지만, 결국 정치는 권력과 연계되므로, 권력에 대한 이권이 무리를 만들고, 서로간의 특혜를 만든다. 누군가 몫을 챙기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몫을 덜거나 혹은 빼앗아가야 한다. 그래서 권력층의 상에 술이 올라가면, 백성이 먹을 수 있는 곡식이 사라진다.     


술은 쌀로 빚으니, 권력층의 상에 술이 올라오면 올수록 백성들의 뱃속은 괴로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지위를 보전하고 높이기 위해 뇌물을 바치면, 뇌물을 바친 것 이상으로 백성들의 재물을 착복한다. 조선은 농업사회이고, 농업의 산물은 쌀과 곡식이다. 지율헌의 백성들은 약하고 병들었지만,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창은 강화도에 찾아가 유배된 삼촌뻘 원유에게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말을 듣는다.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먹는 것이라면, 조선은 그렇게 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원유의 아버지는 사사된 인물이다. 조선 임금들의 권력관계에서 형제관계에 있는 자들을 라이벌로 여기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유배를 보내거나 사약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가령 인평대군의 아들인 형제는 삼복의 옥을 당해 억울하게 죽는다. 그들은 숙종시대 노론의 권력정략으로 희생된 자이다. 왕족들은 왕의 후사라는 이유로 큰 대우를 받았지만, 정황이 좋지 못하면 언제라도 역적으로 몰릴 수 있는 처지였다.    

  

원유가 바른 말을 하는 점에서 원유의 아버지 역시 바른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바른말을 하는 이가 왕족, 왕의 친척이라면 권력층에게 상당한 정적이 되고 만다.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귀양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바로 조선에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화를 당하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6.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또한 김우명에 의해 복창군, 복평군 등의 역모 고변이 있었으나 김우명의 무고로 밝혀지면서 조야는 김우명을 처벌하라는 여론이 나왔고, 김우명의 처벌이 확실시되자 대비 명성왕후가 정청에 나타나 통곡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윤휴는 여인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왕에게 대비를 조관(朝官)하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대비를 조관하라는 발언에 숙종의 비위가 상하게 된다.     


숙종의 심기로 인해 대숙청이 시작된다. 명성왕후는 노론의 편이었고, 노론의 영향에 따라 남인을 숙청하는데 일조한다. 노론과 소론, 남인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입김이 외척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그 뜻은 왕의 어머니나 아내가 정치적으로 큰 입지를 차지한 셈이다. 여성이 정치를 하는 21세기 세계에서 암탉이 운다고 해서 세상을 망할 수 없다. 하지만 조선이나 역사는 달랐다. 정치란 외척의 영향을 받으면 안 되나, 외척이 곧 정치적으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외척과 관련된 정치세력이 주류세력이 되면 반대세력을 결국 숙청을 당한다.     


대표적으로 핍박받은 인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있다. 영조의 어린계비는 정조로 인해 정치적으로 입지를 잃었으나, 정조의 붕어로 인해 권력의 중심이 되어 남인을 숙청했고, 신유사옥과 황사영백서로 인해 피바람이 일어난다. 외척의 영향이란 바로 정치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되나 정치적으로 개입하게 만드는 게 중전과 대비의 영향력이다. 본래 조선에서 중전과 대비는 정치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세종대왕의 왕후인 소현왕후는 아버지가 분명 벼슬위치가 높아도 태종시기 역적으로 몰려 죽는다.      


조선 초기 외척이나 인척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매우 꺼려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피와 살이 튀는 친국(親鞫)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조선은 외척세력에 의해 망했다. 직접적 영향은 아니나, 세도정치 역시 외척에 의한 영향이고, 고종의 왕비인 명성황후 역시 외척의 부정부패로 국고를 탕진하게 만들었다. <킹덤>에서 외척은 바로 해원조씨 조학주를 비롯한 중전의 행동들이다. 처음 1화부터 유생들은 해원조씨의 사악한 행위를 고변한다. 유생들에게 오로지 세자만이 희망이었다.     


하지만 세자의 입지는 약했다. 1화부터 강녕전에 아버지를 기다리지만, 아버지를 볼 수 없고, 중전은 임신한 배로 세자를 압박한다. 1화부터 이미 광해군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광해군이 선조에게 석고대죄하며 왕궁에서 정좌하고 있으나 선조는 그를 외면하고, 계비는 더욱 더 광해군에게 정치적으로 견제한다. 솔직히 생각하면 암탉이 울면 망하게 되는 외척도 문제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나이가 많은 임금이 자식보다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여 정치적 균형을 깨는 것이 더 문제이다.     


조선은 나이가 중요하게 여긴다. 유교사회에서 충효(忠孝)는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리 또는 위치 역시 중요하다. 대비가 중전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적으로 정적인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킹덤>에서 다행히 세자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혼례 시기는 보통 16세 전후인 것 같다. 정약용 선생은 16세 때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 홍화보의 딸을 배필로 맞이했다. 족보를 봐도 선대 시대의 할아버지 역시 그렇던 것 같다. 그래도 나이보단 위치가 중요하다. 대비는 중전보다 위에 있고, 대비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왕이다.      


하지만 중전이 실세를 가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더구나 세자가 후궁에서 태어나고, 중전이 출산가 원자가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킹덤>에서 이창이 세자로 책봉되어도 대군이 태어나면 세자의 자리에서 쫓기는 형국이 조선이란 나라의 한계였다. 정통성 이게 문제인 것이다.     



7. 정통성, 피의 문제


대군(大君)과 일반 군(君)은 엄청난 차이를 가진다. 중전의 아들은 대군이나, 후구의 아들은 군이다. 대군은 왕으로 될 가능성은 높으나, 군은 왕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역사적으로 대군이 아닌 왕들은 권력이 매우 취약했다. 중종의 경우 사림세력의 개혁을 원했지만, 결국 기존 권력층과 결탁하여 기묘사화를 일으키고, 선조 역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광해군은 영창대군과의 갈등이 있었고, 영조도 궁녀출신 아들이었고, 사도세자 역시 본래 후궁의 아들이었다.       


적통을 이어받지 못한 이유로 조선의 임금들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고, 왕이 되어서도 핍박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피라는 그 적통성이 매우 중요했다. <킹덤>에서 피의 적통성은 조선의 한계였고, 어쩔 수 없는 명분이었다. 만일 누군가에게 누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적통성을 이어야 하는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명분이 없다면 실리를 취할 수 없지만, 실리와 무관하게 명분만 추구한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를 중시하기 때문에 피를 갈망한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 그런 내용이 있다. 해원조씨 세력은 해원조씨의 피를 받은 왕을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대신들은 중전에 의해 출산된 원자, 즉 적통의 피를 원했다. 그리고 좀비들은 자신의 본능에 따라 인간의 순수한 피를 원했다. 피라는 공통된 분모에서 피라는 것은 곧 속박이었다. 그러나 피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을 이어가지 못했다. 적통성을 이어 받지 못한 이창, 만일 그가 동생이 없다면 그의 핏줄은 인정받았을 것이다. 대신들도 왕이란 존재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조선의 왕은 절대적이지만, 한편으로 그렇지 못했다. 스스로 제약을 걸지 않으면 많은 백관대신들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명분이 없다면 왕을 버리고 그들은 산천으로 가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왕이 모든 정치행정을 할 수 없고, 하물며 승지가 없다면 왕의 명령을 전달조차 어렵다. 왕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반정이 일어나고, 반정공신은 그에 따른 이권으로 권력을 보장받는다. 왕은 절대권력이나, 그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왕세자가 적통을 이어받지 못하면 대신들이 제대로 따를 리가 없다.      


좀비들은 살아있지 않은 생명체이다. 그들은 오로지 인간의 피와 살을 탐하고, 그들에 의해 희생된 인간은 다시 좀비가 되어 또 다른 인간을 공격한다. 피를 노리는 존재, 한편으로 보면 좀비가 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계급이 서로 상관없이 동일한 존재로 변화하게 만든다. 처음 왕이 좀비가 되어도 절대지존이었지만, 왕의 정체가 안현대감의 죽음으로 밝히자, 좀비가 되면 신분이 그 무엇이 되든 상관없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좀비가 되어버린 중전조차 좀비가 된다.     


좀비는 모두 평등하고 동일하다. 하지만 평등한 좀비만 있다면 그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그러면 누군가 그 세상을 지켜야 한다면, 명분이 필요하고 그 명분은 왕족이어야 하고, 왕족 중에 적통을 이어받은 자만이 가능하다. 피가 피를 부르지만, 피가 없으면 새로운 피조차 만들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된다. 결국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8. 누구를 위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가?


화목(和睦)이란 단어를 우리 모두가 잘 알 것이다. 화목은 가정의 기본적으로 필요한 개념이다. 우리는 평화(平和)라는 말을 사랑해야 한다. 평화가 없다면 우리 삶은 폭력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화(和)라는 단어가 무엇이냐 것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란 문구가 있다. 이 문구가 중요한 이유가 화라는 단어는 입구(口)에 벼화(禾)가 합친 회의문자이다. 곧 벼가 입으로 들어가는 게 곧 화(和)의 시작이다.     


입에 먹을 것이 없다면 불화(不和)의 시작이다. 불화의 시작은 가정에서 사소한 다툼부터 유산상속 등 각종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본다면 백성의 배고픔과 안위가 그럴 것이다. <킹덤>에서 보이는 백성들은 늘 배고픔과 병으로 시달린다. 영신은 그런 백성들 사이에서 조정에 불만을 가진 부류이다. 가족마저 잃었으니 증오로 가득할 것이다. 배고파서 죽을 바에야 인육이라도 먹어야 했던 백성들의 아픔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권력을 위한 해원조씨 무리, 이상적 정치를 위해 꿈을 펼치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좌절하는 세자 이창,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인간들, 나는 개인적으로 <킹덤>에서 조범팔이란 인물에 흥미를 느낀다. 공포와 압박만이 가득한 작품에서 유일하게 개그코드를 가진 인물이다. 왜 조범팔이 중요한가? 그는 해원조씨 일가지만, 다른 부류와 다르다. 조학주와, 중전, 범일처럼 잔인하거나 간악하지 않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비록 능력은 없고, 놀고 즐기는 것은 좋아하지만, 적어도 탐관오리(貪官汚吏)는 아니다. 백성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고 좋아하지 않고, 더구나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조차 마음이 아파 고뇌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전조차 다른 사람은 몰라도 범팔만이 어릴 적부터 자신을 위해 애쓴 것을 알고 있다. 조선에는 머리가 좋지만 인간적으로 냉혈한 인간보다, 차라리 머리가 조금 떨어져도 인간적으로 따듯한 인간이 필요했다. 물론 인간적으로 따듯하고 마음까지 따듯하면 좋겠지만, 그런 인물은 <킹덤>에서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나마 대제학만이 그런 모습을 보여지만, 너무 나약한 인물이었다.     


머리가 좋으면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잘 판단하는 인물이고, 그만큼 자신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잘 아는 것이다. 무영의 경우 자신의 아내가 볼모로 잡혔기에 스파이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성적인 인간보다 나는 감성적인 인간이 좋다고 본다.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은 어떻게 보면 순수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은 그 인품이 어긋나면 그 피해를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9. 마무리하면서


<킹덤>에 대한 리뷰를 하면서 다소 다루지 않은 인물로 서비라는 의녀일 것이다. 서비는 다소 이상적인 인물상이다. 의술을 실천하고, 진실을 향해 찾아가는 인물, 다소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세자라면 왕의 자리를 받아야 하기에 이상적 가치관을 찾아가야 하나, 궁전에서 직접 근무하는 의녀도 아닌 이승희 의원 제자로서 지율헌에서 환자를 돌보는 그녀는 처음부터 이상적인 인간상이었다.      


<킹덤>은 이런 이상적 인물과 감성적 인물 그리고 권력을 위해 타인을 희생하는 부류가 있다. 구도로 따지면 “이창, 세비 ↔ 영신, 범팔, 무영 ↔ 조학주, 중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물은 현실 속에도 있다. 드라마란 현실속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현실에서 충분히 개연성 내지 필연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과 자신의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은 어디든 있다. 또한 좀비 역시 중요하다. 좀비는 군중의 무리이다. 즉 군중의 무리 속에 누구든 좀비처럼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좀비가 된 그들은 처음부터 좀비가 되길 원한 것이 아니다.     


좀비로 될 수밖에 없던 운명이었다. 좀비가 되지 않으면 지율헌 사람들은 모두 굶주림과 병으로 죽고 만다. 설사 지율헌의 백성만 그랬을까? 상당수의 조선의 백성들은 그런 처지에 있었다. 최후의 상황, 버틸 수 없는 조건, 개선되지 않은 현실 이 모든 것들이 좀비를 만든 원인이다. 20세기 서양에서 좀비장르는 B급 장르로 인기를 유지했지만, 21세기에 좀비는 대중문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르이다. 군중이란 존재가 과거에 하위에 머문 존재지만, 21세기에는 좀비가 흐름을 만드는 존재이다.     


문화라는 조건에서 과거와 다르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정보는 홍수처럼 쏟아진다. 과거의 대중은 누군가의 통제에 의해 움직인다면, 지금은 수시로 움직이다. <킹덤>의 좀비는 초기에는 권력자에 의해 통제되었지만, 이제는 권력조차 좀비에 의해 침식되어 간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 말처럼, 대다수 좀비는 백성이다. 그들이 좀비처럼 되어가고, 좀비가 돼서도 구원을 받을 수 없기에 조선은 좀비에 의해 침식되어 간다.      

그리고 작품에서 이창은 광해군이란 인물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인용한 것 같다. 조선 국조인 태조와 그의 아들들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들은 전쟁을 경험한 바가 없다. 전쟁이 일어나도 명종시대에 명재상 이준경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고, 선조처럼 도망친 것도 아니다. 하물며 고종처럼 러시아공관에 도망친 것도 아니다. 오직 광해군만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생사를 건 운명을 경험했다. 왕세자로서 제일 완벽한 인물은 광해군인 것 같다. 하지만 왕으로 즉위한 이후는 그렇게 좋지 못한 기록만 남는다.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조차 숙종까지 그 업적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적 견제에 의해 계속 묻혀온 것처럼 광해군이란 인물 역시 그럴 것이다. 광해군 분조가 없었다면 수많은 의병장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관군 역시 조직적으로 군세를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광해군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제일 큰 이유는 적통이 아닌 점이다. <킹덤>에서 이창은 분명히 대군의 지위를 받은 무영의 아들을 제거하고 왕으로 오를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영창대군을 죽일 수밖에 없던 광해군과 달리 오히려 동생을 왕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았을까? 그 덕분에 <킹덤> 3기는 떡밥을 남기게 되었지만, 결국 왕은 핏줄보다 그 자질이 중요하다. 하지만 명분의 굴레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수 있겠지만, 명분이란 그런 것이다. 아버지가 이미 죽어 좀비가 되더라도 아버지의 목을 벤 사실을 분명하다. 우리 현실에서 끊임없이 명분과 현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판단이 옳고 그른지를 당장 알 수 없다.      


<킹덤> 역시 그런 명분과 현실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명분만 따르는 것도 실리만 따르는 것도 결국 파멸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책임을 억지로 떠맡긴 채 그 선택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다. 최선의 선택의 최악의 결과를 남기고, 때로는 최악의 선택이 최고의 결과로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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