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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Feb 27. 2024

여행

친절한 흑산도 2

섬이지만 제법 높은 지역도 많아서 버스는 산길을 오르며 연신 방향을 틀었는데, 모퉁이를 돌 때 마다 우리는 탄성을 터뜨리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운 좋게도 섬을 거의 한 바퀴 도는 버스의 노선은 관광안내도에서 본, 웬만한 관광지를 거의 지나는 거였고 버스를 탄지 20여분이 지나자 대형 버스에 남은 승객은 우리 일행 두 명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기사님이 여기서 사진 찍으면 좋다고 갑자기 버스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한 상태로 버스에서 내려 사진 몇 장을 급히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3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기사님은 '다른 승객이 없을 때 가끔 외지인들에게 이런 일을 한다'며 이후에도 여러 번 차를 세우며 관광가이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흑산도에서 유일한 약수터인데 물맛 보고 오세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입니다... (이게 시내 버스야, 관광버스야? ㅋㅋㅋ) 나중엔 같이 내려 사진도 찍어주시고, 우리랑 사진도 찍고 급기야는 우리를 출발지점까지 다시 데려다 주셨다. 이럴 땐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나 싶어 어정쩡하게 서 있는 사이 버스는 금세 눈 앞에서 멀어져 갔다. 이런 섬에서 하루 몇 번 있는 공영버스는 주민들의 필수적인 발 역할을 하는 교통수단으로 그런 일을 업으로 삼은 청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었는데 이런 뜻하지 않은 친절한 대접까지 받게 될 줄이야!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가장 멋진 기억이었다. 흑산도에서 신안군 공영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다행히 우리는 다음 날 첫배로 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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