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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Mar 30. 2024

여인의 초상

 책을 사놓고 읽지 않던 차에 마침 헨리 제임스를 읽는 독서모임이 있다기에 덥석 가입했다. 천 페이지가 가까운 이야기를 결국 다 못읽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어제서야 결국 다 읽을 수 있었다. (근데 열 명이 살짝 넘는 참가자 중에 내가 두 번째로 많이 읽고 왔더라는... ^^) 늘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책은 모임의 강제가 없으면 결코 완독하기 쉽지 않은 듯. 작가의 책은 '데이지 밀러'만 몇 번 읽은 적이 있는데 '여인의 초상', '한 여인의 초상', '귀부인의 초상'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된 이 책에서도 작가는 유럽에서 생활하는 미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잘 알려진 '국제 주제'를 탐색한다. 고아의 신세가 된 아름다운 미국 여성 이사벨이 부유한 이모의 도움으로 유럽으로 건너와 다양한 유럽인, 미국인들을 만나면서 결혼하고 삶을 이해해가는 이야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할(?) 손쉬운 결혼을 택하기보다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여 독자적으로 판단하고자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근대적 주체로서의 한 개인의 삶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긴 이야기의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다. 아울러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등장인물의 내면묘사와 치밀한 대화는 1881년에 출판된 번역물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읽힌다. 전작 '데이지 밀러'에서는 순수한 미국 여성이 거대한 유럽의 전통과 인습, 편견에 짓눌려 허망하게 파멸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이 작품에선 여주인공이 여전히 무언가를 암중모색하는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다. 불행한 결혼이라는 상황 안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했던 이자벨의 모습에 작가는 미국의 'Lady'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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