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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May 12. 2024

영화

호타루

오래전에 DVD로 사놓고도 안보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마침 영화 플랫폼에 올라와서, 만든지 20년도 넘은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았다.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하던 1989년, 일본 큐슈의 최남단 가고시마에서 평범한 어부로 살아가던 야마오카와 그의 아내는 '천황'의 이름으로 목숨을 바쳐야했던 가미가제특공대가 출격하던 가고시마 지역의 광기를 회고한다. 가고시마는 일본의 패색이 짙어가던 2차대전 말기, 최후의 격전지였던 오키나와를 향해 비행기가 뜨던 곳이었고, 야마오카도 특공대(독꼬다이!!!)의 일원이었던 것. 열일곱 밖에 안된 어린 학도병과 소년 지원병 가운데 유난히 야마오카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은 카네야마(김성재)라는 조선인 이었는데, 전투 중 운 좋게 살아남은 야마오카와는 달리 그는 목숨을 잃었고, 카네야마의 일본인 약혼녀였던 토모코는 결국 야마오카의 아내로 평생을 살게 된다. 카네야마의 유족이 부산 근처에 살고있다는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유품을 전달하기 위해 40여년 만에 어렵게 한국을 방문하는데... 민감한 양국간의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서 놀랐고, 한국의 탈춤과 한국배우들이 등장해서 놀랐고, 그러면서도 전쟁 중의 조선인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내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성재는 출격 전날 전우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아리랑을 부르고 자신의 죽음은 가족과 조선인의 긍지를 위한 것임을 천명하면서 조선민족만세를 외친다.) 화해와 용서의 기본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가 되어야한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야마오카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의 듬직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아내 토모코역을 맡은 여배우도 낯이 익는다 싶어 찾아보니,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에서 교장선생님역을 했던 배우구나! 호타루는 '반딧불이'를 뜻하는데, 출격하여 죽으면 반딧불이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어느 병사의 다짐에서 나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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