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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Jun 08. 2024

음악극

가객 박인환

강원도립극단이 시인 박인환의 31년(!) 짧은 인생을 소위 '이머시브', '관객참여 음악극'이란 형식으로 무대에 올렸다. 시인 이상을 존경하였고, 명동백작'이라는 별명으로  동시대의 지식인,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해방후 서점 마리서사를 운영하고, 첫눈에 반한 정숙과 결혼한 한국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시인인 그에게도 한국전쟁과 50년대의 팍팍한 정치현실과 시대상은 한치도 비켜가지 않았는데... 시대에 걸맞게 이상, 오장환, 김수영, 전혜린, 모윤숙에 이르기까지 기라성같은 문인들이 무대에 소환되어 펼치는 짜임새있는 이야기와 극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도 좋았고, 무용이 가미된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도 최고였다. 미리 예매한 덕분에 무대위의 움직이는(!) 관객석에서 연극을 지켜본 것도 인상적인 경험. 관객들은 김수영이 운영했던 양계장의 닭울음의 효과음을 내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의 시민합창에도 참여하는 등 말 그대로 관객참여형 무대였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었는데, 이는 박인환이 김수영과 더불어 1949년에 출판한 시집 제목이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강원도민들만 보기엔 아까운 공연... 조만간 서울에서도 재공연되면 좋겠다. 근데 박인환은 전쟁의 폐허가 가시지 않았을 50년대 서울에서 어떻게 '목마와 숙녀'나 '세월이 가면' 같은 시를 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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