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wan Kim Jul 16. 2024

연극

안티고네

그리스 연출가가 선보이는 그리스 고전은 뭐가 다를까 했는데 역시나 엄청난 공연이었다. 무채색을 기본으로한 심플하고 현대적인 세련된 무대, 단촐한듯 하지만 다양하게 변신하는 우산, 목관 같은 소품들, 발성과  움직임 등 기본에 충실한 탄탄한 배우들, 현대무용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안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미지와 느낌들 모두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전에 주눅들지 않고 오늘의 관점으로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연출의 역량이었다. (공연 중 갑자기 객석에 불이 들어오더니 배우들이 각각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관객들에게 일상의 언어로 말을 건다!) 삼촌이 만든 인간의 법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신의 법을 따르겠다고 오빠를 묻어주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안티고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듯 했으나 아들 하이몬과 아내 에우리디케, 조카이자 아들의 약혼녀인 안티고네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크레온과, 오이디푸스 가문의 대를 잇는 엄청난 비극을 지켜보며 카타르시스가 이런 것이구나를 경험했던 황홀한 90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