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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gette J Apr 28. 2024

4월은우리가족에게 정말 잔인한달..

#우리가족에게 #4월은잔인한 달

.

윤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뒤돌아 보면 시간은 엄청 빨리 지난 것 같지만

현실은 하루하루 그 순간의 메아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우리는 함께

윤서와의 추억을 시시각각 나누고 그리워 하며

같이 숨쉬며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

작년 지금보다 올해가 더 힘든 것 같다

괜찮다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만 경험했던 그 급박한 순간들이 나의 머릿속과

온몸을 지배한다

.

허한 마음을 아침부터 속을 든든하게 채워

달래려고 했더니 아내는 그새 갑자기 식은땀과

함께 심하게 체하고 나는 머릿속 두통이

심해진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척

심장이 무너지던 4월25일은 지나갔다

.

4월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 잔인한 달이다

잘 이겨냈다 생각하면 29일 윤서의 생일이

찾아온다 한 해 아니 한순간 달라지는 아이의

건강 상태를 보며 매 순간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었던 엄마의 그 간절한 마음..

윤서는 알까?

.

29일 내일의 공포가 다가온다 이제는 넋 놓고

당할 수 없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아현이와

함께 산에 오른다 연습 삼아 동네 뒷산을

가봤어도 지금 몸 상태론 무리인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둘 다 아무말 없이 차에 오른다

.

산을 오르며 턱끝까지 숨이 차올라도

정신없이 오른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 윤서는 어떻게 이렇게 힘겹게 숨 쉬면서도

어떻게 우리에게 방긋방긋 웃어줬을까?

.

오르고 바라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정상이 점점 보인다 능선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나의 볼을 스쳐 지나간다 윤서가 있는 곳이 보이는

이곳 윤서가 바람과 함께 나에게 인사하는 것 같다

.

무리한 산행이 끝나간다 사람들이 아현이를

보고 방긋 웃어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신다

아현이도 울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미소지으며

덕분에 힘이 난다는 덕담과 함께 산행을 마무리한다

정상에 철쭉이 가득한 꽃길을 지날 때 문득

윤서도 모두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방긋한

얼굴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아현이는 역시 언니 동생인가..

.

세상에 나와 쩌렁쩌렁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둘째는 정말 멀쩡한 아이는 이렇게 잘큰다는

표본을 우리에게 알려주며 쑥쑥 크고 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붕어빵 보다 똑같은

내자식의 미소에 행복하지만 아직은 온 얼굴을

다 내놓고 웃기엔 괜시리 윤서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 해주지 못해 가슴저미였던 그순간이 아직도

속상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 그런것 같다

.

세상에서 등산을 제일 싫어하는 부부가

윤서가 떠나고 어떻게든 저 먼 지하에서

솟아 나오고자 시작했던 첫 걸음 얼떨껼에 시작해

정상에 올라 굵은 땀방울을 닦을 때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서로바로보며 머쓱하기도 하지만

부부가 한일중에 잘한 일인 것 같아 감사하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윤서와 함께했던 10년

끝이 업을것 같던 미래가 보이지 않던 그곳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계단씩 오르며 기적을

노래했던 윤서와 아내

.

비록 기적의 정상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봄바람과 흩날리는 꽃씨처럼 끝맺지 못했던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노력한다

.

“사랑하는 우리 딸 조윤서!”

하늘에서 잘 보고 있어? 윤서와 함께하며

배웠던 소중한 시간들 아빠가 잘 복습해서

많은 친구들이 함께 웃으며 이 세상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 지켜봐 줘!

.

4월은 언제나 우리 가족에게 가혹하지만

오늘도 꿈틀하며 언젠가 오를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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