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에떼 Jan 22. 2022

진짜 제주살이의 시작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부부의 제주 이주 이야기

<제주에 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순간을 복하게 살고 싶은 부부의 제주 이주 이야기



진짜 제주살이의 시작


우리 제주에서 살아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던 그때는 제주에서 어떤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김중혁 작가의 책 제목처럼 뭐라도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달까. 오래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두려움이 컸지만 한편으론 나 하나 일할 곳 없겠어? 하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엔 수많은 일거리가 매일같이 올라왔다.


'백수로 딱 3개월만 살고 일 구하자.' 했던 우리는 딱 3개월만 놀고 진짜 일을 구했다. 좀 더 놀까 하고 꾀를 피워 볼 만도 한데 백수 생활 3개월이 끝날 무렵 통장에 남아 있던 돈으로 나름 큰일을 저질렀고 더 이상 놀 돈이 남아있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도모하며 제주에서의 삶도 이어나가기 위해선 생활비라도 벌어야 했다. 그렇게 창이는 집 근처 제주 3대 김밥 집에서 나는 티브이에 나와 유명해진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알바 경험이 거의 없던 나는 짧았던 프랜차이즈 빵집에 일했던 경력을 내세워 이력서를 냈었는데 카페 매니저는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고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한 이력과 나의 나이 때문에 나를 뽑았다고 했다. 어쨌든 나의 첫 카페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고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일을 했다. 또래의 여자 친구들이 있는 직장은 처음이었고(애초에 한 회사에서 10년을 다닌 터라 많은 경험이 없는 편이다) 나는 꽤나 서비스직에 잘 맞는 사람이었다.


위기는 창이에게 먼저 찾아왔다.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심해지기 시작했고 제주는 유례없는 높은 확진자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게들은 매출이 줄었고 창이가 일하는 유명 김밥 집도 코로나를 피해 가지 못했다. 사장은 인력을 줄이기 위해 하루 근무 시간은 줄이고 주 근무 횟수는 늘리길 원했다. 그마저도 통보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 다른 일을 구해보자.'며 내가 추천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은 것이 덜컥하고 취직이 되었다. 1년 뒤쯤으로 생각했던 이직이 너무 빠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창이는 다시 회사원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카페에서 꽤나 즐겁고 편하게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일에 대한 갈증이 조금 있긴 했었다. 나의 경력을 살리지 못하는 게 아쉬웠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몇 번 이력서를 넣어보기도 하고 몇몇 솔깃한 잡 오퍼가 들어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거절하거나 그쪽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이유는 카페 일에 꽤나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사실 편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름 괜찮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때 평소 눈여겨보았던 사립 미술관의 마케터 모집 공고를 보았다. 관심이 있었던 곳이라 넣어볼까 했는데 막상 이력서를 넣으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 번의 불합격 경험과 지금의 편안함이 나를 가로막았다. 결국 나는 지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안주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을까 채용공고 연장 소식이 올라왔다. 이번엔 조금 달랐다. 지원자가 없나? 아님 마땅한 인재가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내가 지원해 볼까? 공고 연장 이란 단어가 나에게 조금 부족했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 같았다. 정해져 있던 일정들을 마치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력서를 썼다. 막상 이력서엔 적을 것이 별로 없는 나의 경력들이 초라해 보였지만 그래도 자기소개만큼은 자신 있었다. 보낼까 말까 지금 보낼까 나중에 보낼까 고민 끝에 전송을 눌렀고 보낸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면접을 보고 싶단 연락을 받았다.


두근두근-

회사 인사 담당자인 창이는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온 건 적어도 나의 이력서엔 그들이 생각하는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으로 꽤 좋은 징조라고 했다. 카페 스케줄을 조절해서 겨우 면접 시간을 잡고 드디어 면접 당일, 많이 긴장한 채로 갔는데 의외로 면접은 화기애애했다. 창이 말대로 면접관이었던 관장님은 나의 이력서를 정말 좋게 봐주셨고 그 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셨다.


결과는 합격! 미술관 마케터라니 해보고 싶은 일을 이렇게 갑자기 시작하게 될 줄 몰랐다. 카페 스케줄 탓에 출근은 열흘 뒤쯤으로 잡혔다. 마침 제주에 친구가 내려와 있어서 출근 전을 친구와의 여행으로 불태울 수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나의 새로운 직장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에 살기로 했다 (feat. 동반 퇴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