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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떼 Feb 05. 2022

우리 동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부부의 제주 이주 이야기

<제주에 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순간을 복하게 살고 싶은 부부의 제주 이주 이야기



우리 동네


홍대병이 있던 20대 시절


이십 대의 반이 넘는 시간을 홍대라는 동네에 살았다. 정확히는 합정, 연남동, 광흥창 등 홍대 주변을 빙빙 돌면서 살았다. 홍대에 다니지도 않는 애가 왜 홍대에 사냐는 질문을 늘 들었고 친한 친구 태환이는 나한테 홍대병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홍대에 살 이유는 없었다. 친한 친구가 홍대생이었고 또 다른 친한 친구는 언니와 홍대에 집을 구해서 살아서 자주 가다 보니 홍대가 점점 좋아졌고 그럼 나도 홍대에 살아야겠다 했을 뿐.


홍대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이루어 살던 우리는 자주 홍대에 모여서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홍대 편의점 노상에 앉아 월드컵도 응원하곤 했다.


자주 가는 술집이 있었고 카페가 있었고 우리는 늘 그 공간에 모여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한 공간에 애정을 주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참 좋았다. 지금도 그때의 홍대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맞아 맞아 너도 아는구나 하고 신나게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직장 때문에 홍대를 떠난 이후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 이후로 동네에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제주에 내려온 뒤로 다시 그런 마음이 든다. 내 동네, 내가 애정 하는 공간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제는 제주병


오늘도 운동을 하러 갔다가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또 걷고 구경하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더 했다. 가는 곳마다 다 친절한 분들이 있었고 먹고 마신 것들도 맛있었고 덕분에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들어오는 길엔 집 근처 좋아하는 카페의 사장님에게 '내일 놀러 갈게요~'하고 연락을 했는데 '너무 좋아요!'라는 환대가 담긴 답장을 받았다. 나두 너무 좋다!


지금 살고 있는 부부의 '시내집'에 이사 오기 전 이 동네를 참 많이도 다녔었다. 공방을 가느라, 남편 회사 근처라서. 여기보다 더 시내인 곳도 있었고 좀 더 한적한 곳도 있었지만 남편이 이 동네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 역시도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집은 단순히 ‘집’이 아니라 그 동네까지 포함해서 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집을 고를 땐 이 동네가 어떤지 내가 이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우린 아마도 좀 더 오래 이 동네에 머물 것 같다.

우리 동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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