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회사에 입사한 후배와
단둘이 식사를 하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쉬는 시간엔 보통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글쓰기 모임을 나간다고 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단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좋아서라고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나를 돌볼 시간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뭐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에 시작한 모임이라며
그 시간 동안은 온전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맞다- 나 역시도 본격적으로 글을 써본 적은 없지만
블로그 챌린지를 하느라 매일 일기를 썼을 때도
매일쓰기 모임에서 하루 하나의 글을 발행했을 때도
잠깐이라도 책상에 앉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좋았었다.
어쩌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내 머릿속을 뛰어다니는 생각 또 기억들을
정리 정돈하는 일 아닐까
/
요즘 회사를 다니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종종 생각한다.
나는 정말 이 일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일을 하며 느끼는 성취감은 분명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힘들 때가 있는데
그 감정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힘든데 안 힘들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힘든 것이 인간이라니 참 쉽지 않다.
/
일상을 붙잡고 싶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것인데 왜 이렇게 쉽지가 않은 걸까.
도대체 일상을 붙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다
결국 내가 도달한 결론은 글을 써야겠다다.
단순히 일상을 나열하는 글이라도 써야겠다고.
/
2, 7일은 제주 오일장이 열리는 날
몇 달 전부터 오일장 오일장 노래를 불렀던 창이와
아침부터 부지런히 오일장을 다녀왔다
시장의 귀여운 장면들을 참 좋아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쪼옥 빨리는 탓에
계획했던 일만 후다닥하고 빨리 빠져나왔다
오늘의 오일장 To Do는
- 반찬 사기
- 국밥 먹기
국밥집에서 이 더운 날씨에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며 서비스도 주시고
가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하셨다
시장의 정이란 참 따스하다
시장에서 산 반찬들을 집에 가져다 놓고
토요 카페로 출발했다
오늘의 카페는 바로 궁금했던 키에키커피스탠드
키에키커피스탠드는
몇 달 전 보보조찬에서 함께 걷기를 했던 예진님의 공간인데
카페 오픈을 준비하시며 과정을 계속 올려주셔서
과연 어떤 공간이 될까 궁금해하며
오픈하면 바로 달려가야지 했는데 이제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너무 늦었다 오늘은 꼭 가야지 하며 달려갔는데
운명적으로 또 대연 스리님을 만났다!
럭키 키에키!
우리는 취향이 비슷해서인지 카페에서 종종 마주치는데
만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마주치는 거지 놀라곤 한다
이제 작은방과 단단에서만 마주치면 되지 않을까 싶구 ㅎㅎ
만난 김에 서로의 근황과 궁금했던 여행 후기를 잔뜩 들었다
난 두 사람 특유의 나른하고 청량한 무드를 참 좋아하는데
사실상 그 무드를 만들어내는 스리님과
그걸 힘들어하지만 또 즐기는(맞죠?) 대연님의 조화가 너무 귀엽다
대연 스리님과의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오랜만에 동쪽으로 이동한 김에
(제주 사람이 다 되어 이동 반경이 저어엉말 좁아졌다 +_+)
꽤 오래 오지 못했던 작은방에도 들렸다
요즘 정말 바빠서 잘 쉬지 못한다는 소식을 미리 듣고 왔는데
역시나 정말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릴 뻔했다
오늘 작은방에서 고른 원두는
딥 블루 레이크의 썸머 레이크 브랜딩
여름을 좋아해서 그런지
카페에서 여름이 들어간 원두를 발견하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다
정말 신기한 건 여름의 이름을 가진 원두에서는
정말 여름의 맛이 난다는 거다
오늘의 커피에서도 상큼한 여름맛이 나 정말 행복했다
동민님에게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동민님이 내려준 브루잉은 정말 맛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씀드려야지 ㅎ
꽤나 행복한 토요일이 흘러가고 있다
어제의 나는 조금 슬펐었는데 말이지
늘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지만
행복은 나 하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오늘이다
나를 가장 소중히 하는 매일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