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방법도 중요하지만, 바탕에 기본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제가 소아과 의사여서 그런지, 주변의 친구들은 저에게 육아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가 고기만 먹고, 야채를 안 먹는데 어떻게 해야 하니?" 이런 질문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아픈 아이를 진료하는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소아 정신건강의학, 소아 심리, 아동 교육을 전공으로 하시는 분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시죠.
그렇지만 병원에서 만나는 보호자분들이 퇴원할 때 육아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최소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만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중에 있는 육아서적을 모두 섭렵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를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몇 권의 서적을 추천받아 읽어보았습니다. 추천받았던 서적 중에 여러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은 책은 바로 노경선 선생님의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녀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우리 아이는 전교 1등이 목표. 나중에 일류 대학교를 나오게 할 거야.'라는 목표를 가지고 아이를 키우시지는 않겠죠. 물론 이왕이면 좋은 학벌, 직업을 가지면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이 삶의 가장 큰 목표가 '그것'이 되어서는 아니 되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쟁적인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런 가치관을 나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요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독립적인 존재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이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충분조건은 마음 편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로 책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초반에 부모의 역할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부모인 나는 부모님께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지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내가 우리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합니다. 자신이 어떤 부모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그리고 난 후에 아이들의 기억, 감정, 적응력과 공감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부모에게서 어떻게 영향받는지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한 뒤에 저자가 생각하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10가지 덕목'을 이야기합니다.
노경선 선생님의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구체적이고 세세한 지침보다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이런 경우 부모의 철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워가는 것도 중요하며, 이런 실수가 아이의 인생을 잘못된 길로 이끌지는 않을 겁니다. 바른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기본과 원칙이 있다면 말이죠.
기술적인 내용은 후반부에 나옵니다. '밤에 오줌을 쌀 때', '동생이 태어났을 때'와 같이 부모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죠. 앞을 읽고 이 부분을 보면 아시겠지만, 초반에 설명한 부모의 육아 철학과 그 결을 같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원칙을 꾸준히 설명하고 난 뒤에 이를 적용한 구체적인 상황과 해결책을 보여주는 이 같은 방식은 부모가 책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한 사람으로 느끼며 살아왔는가?'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습니다. 매 순간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나는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과 그 이유는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교육에 있었다는 답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되돌아볼 때, 이 책에 나오는 기본과 원칙이 부모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을 읽어보시고, 부모님은 나를 기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그리고 세월이 지나 지금 나는 어떤 철학을 가지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 되짚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