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보행자> 자전거> 자동차'
[자전거] 편
필자가 거주하는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수도 베를린 등 독일 곳곳에서 만난 부모는 아이를 친환경 이동 수단에 태워 살아가고 있었다. 자전거부터 카고바이크, 자전거 트레일러까지. 독일에서 보호자와 자녀가 함께 타는 친환경 모빌리티는 어떤 모양새일까.
독일은 여느 국가 못지않게 자전거 천국이다. 국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타티스타(Statista) 자료를 보면, 2022년 독일에 있는 자전거는 모두 8천100만 대. 독일 인구 1명당 거의 1대의 자전거를 보유한 셈.
그중 독일 부모의 일상은 본인의 자전거에 아동용 좌석을 부착하고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보호자 자전거 앞이나 뒤에 붙이는 아동용 좌석은 독일 내에서 꽤 실용적이고, 저렴하며 공간 절약할 수 있어 만능 아이템으로 인기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곳곳을 보면 아이는 부모와 자전거를 함께 타며 일찌감치 친환경 이동수단을 몸소 경험한다. 좌석에 똑바로 앉을 수 있고, 목 근육이 발달한 시기만 되면 어려도 자전거 아동용 좌석에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
미국 소아과협회(AAP)에 따르면 보호자와 함께 자전거 타는 아이의 권장 연령은 약 12개월이다.
자전거 전문가 토마스 가이슬러는 독일 dpa통신에서 "세 살배기 딸아이는 (자전거) 아동용 좌석에 탄 채 재미있게 놀았다. 자전거 타기 체험은 의자에 여분의 손잡이와 발걸이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안전했다. 아이는 보호자의 다리와 팔 사이에 앉을 수 있어 안전성을 확보한다. 이는 보호자 무릎에 앉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물론 자전거에 부착한 아동용 좌석의 단점도 있다. 가이슬러 씨는 "아이를 자전거에 태운 채 엄청 가파르고 위험한 길은 달릴 순 없다"며 "머리를 지탱하는 힘이 약한 아이는 피곤해도 자전거 아동용 좌석에서 잠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 친환경 이동수단이다. 하루에 최소 한번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탄다면 탄소 배출량을 67%나 줄일 수 있다는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동네나 시내에서 마주한 현지인은 친환경 끝판왕인 자전거 타기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었다.
아이는 만 2세 정도만 돼도 헬멧을 쓴 채 두 발을 스스로 굴러 균형을 잡아가는 '밸런스 바이크'로 생애 첫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이후 유치원이나 학교 갈 때, 보호자 따라 마트를 갈 때도, 자신의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이렇게 독일 아이들은 동네에서 이동수단의 하나로 자전거와 더불어 함께 커간다.
특히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쯤 의무적으로 '자전거 면허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1945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 중이니 80년 가까이 된, 국가 전통이나 다름없다.
마침 이웃 나탈리의 만 10세 딸아이 역시 주말에도 자전거 시험 준비로 분주했다. 학교에서 치르는 필기와 실기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만 자전거운전 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 동네 경찰이 따로 시험을 감독할 만큼, 자전거 타기는 독일에선 꽤나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독일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갖춰져 있는 대신 자전거가 자동차와 함께 나란히 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필수 교과인 자전거 타기에 도로 교통법과 표지판 읽기를 배우는 건 당연지사다.
독일에서 자전거 타기가 일상이 된 핵심 요인은 무얼까.
느릿한 자전거 라이더가 있어도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운전자의 태도 문화가 하나의 배경요인일 테다. 대부분 차량은 보행자나 자전거가 횡단보도를 향해 오는 게 보이면 서서히 속도를 줄여나간다.
이렇게 독일 도로 위에서는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교통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다.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라는 등식이 확고하다는 얘기다.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독일인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 자전거.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그간 켜켜이 쌓아 올린 이들의 자전거에 대한 문화적 기반이 놀랍고 새삼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