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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찬호 Nov 16. 2023

완벽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기

완벽한 동그라미도, 완벽한 검은색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 7/


완벽주의자, 완벽한 외모, 완벽한 이해...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수식어 완벽.


언뜻 본다면,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는 듯한 수식어로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의 삶 속에서 완벽이란 마냥 긍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지 않는다. 완벽한 외모를 가졌다고 찬양받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외양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써야 하며, 완벽한 성적을 쟁취하여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계속해서 완벽한 학업 성적을 취득하려 노력한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완벽하다고 보고 들은 수많은 것들은 사실 모두가 완벽하지 않다.


먼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 지구는 여러 이미지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흠 없이 완벽한 구형이 아니다. 실제 지구의 모양은 완벽한 구형이 아닌 납작한 타원체이다. 지구의 둘레는 적도에서 가장 크고, 극지방에서 가장 작다. 이러한 지구의 모양은 지구의 자전, 지각 변동, 지하 구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되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지구의 완벽하지 않은 둥근 모양 외에도, 완벽한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던 것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물질, 반타블랙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최근 서울의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또한 이 반타블랙으로 인해 이목을 끌었다. 반타블랙은 인간이 개발한 물질 중 가장 높은 수치의 빛을 흡수하는,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물질로 모든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니쉬 카푸어는 그가 가진 자본의 힘으로 해당 색상을 독점하여 다른 예술가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결국 그의 이기적인 행태로 인해 다른 연구자들이 반타블랙보다 높은 99.995%의 흡수율을 가진 검은색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가 평상시에 완벽한 것처럼 바라보는 “검은색”조차도 완벽함을 위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완벽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빛의 99.965%를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인 반타블랙을 사용하여 제작된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과학적인 방식으로 측정한 지구의 모양새나, 검은색의 흡수율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에서 완벽이란 덧없는 환상일 뿐이다. 이는 수많은 예술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현대에 들어 완벽하다 추앙받고 천재성을 인정받는 많은 작가 중, 생전 완벽은커녕 스스로가 추구하는 이상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살아간 이들이 태반이다. 2023년 현재 모두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그가 숨을 거두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작품이 인정받고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또한 그의 동생 테오의 부인, 요한나의 노력으로 인한 결과이다. 물론 반고흐가 그 작품에 쏟은 노력과 철학은 결코 수치를 잴 수도, 값어치를 따질 수도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삶과 같이, 신화적인 예술가와 그 작품 또한 완벽할 수는 없다. 노력과 운 그리고 그들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장욱진 시립미술관을 관람하던 중 보았던, 큐레이터 박윤정님의 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드로잉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으며 완성 없는 완결을 위해 부단히 진화할 수밖에 없다.” 완성 없는 완결, 이는 예술 그리고 우리의 삶 전반에 적용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 완벽한 완성은 존재할 수 없다. 작가 자신이 본인을 설득할 수 있는 시점에서 끝을 맺는 완결은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완성 없는 완결을 위해 진화해야 하는 예술

11월의 셋째 주 목요일. 오늘은 오랜 시간 동안 대학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온 많은 이들에게 막중한 책임을 지우는 날이다. 그뿐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오늘이 남은 인생의 많은 것들을 결정지을 수 있는 날임을 공감할 것이다. 수능 점수에는 완벽이 존재한다. 100점, 1등급, 백분위 100퍼센트.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100점을 맞지 않더라도 학창 시절의 노력과 추억, 그 과정은 결코 증발하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수많은 날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완벽을 쟁취하기 위함보다 중요한 것은 쟁취를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숱한 예술가들이 완성이 아닌 완결을 향해 그들의 예술혼을 불태운 것처럼, 우리들 또한 “완벽한 완성”이 아닌 완결을 향해 달리며 남긴 삐뚤빼뚤한 발자국을 보며 삶의 의미와 방향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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