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일을 하다 보면 '성덕'이 되는 작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예를 들면 H.O.T, god, 젝스키스 1세대 아이돌이 재결합해 완 천체로 콘서트를 한다던가. 어렸을 때부터 덕질해오던 배우를 만나게 된다던가... 뭐 그런?
나 역시 한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재결합 한 그룹 인터뷰를 섭외하기 위해 매일같이 전화를 했었다. 그때 나에게 그 그룹은 비즈니스였는데 내가 전화할 때마다 후배의 귀는 늘 쫑긋했다. 후배는 그 그룹의 오래된 팬이었기 때문. 한두 달간에 끈질긴 섭외 끝에 다른 방송사가 아닌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게 됐고 후배는 진짜 언니 짱짱을 외쳤다. 그리고 난 속으로 생각했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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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덕계못이다. 어렸을 때부터 '신화'를 좋아했다. 방송작가 중에 신화 팬 정말 많다. 왜 그런 말이 있다. 팬픽을 하도 쓰다가 방송까지 가게 됐다는 뭐 그런... 근데 난 신화 완전체와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들이 활동하는 동안 6번의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해체를 한 그룹도 아닌데. 난 아직도 완전체와 일을 해보지 못했다.
신화를 못 봤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했다. 내가 연예뉴스를 했기 때문이다. 연예뉴스를 하면 매년 콘서트, 팬미팅 현장 인터뷰는 기본인데 어떻게 못 봤어? 하는 눈치인 것이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한창 일을 할 때 그들은 군대에 갔다. 아. 현장엔 가지 못했는데 에릭 오빠 입대 현장 내레이션은 썼던 것 같다. 메인 언니가 네가 신화 좋아하니까 쓰라고 했었다. 그러네. 내 손으로 에릭 오빠를 보냈네.
제대 이후엔 피디님의 아이템 취향 때문에 또 가지 못했다.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음악방송 오면 복도를 수십 번 지나다니며 빼꼼 빼꼼 봤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본 게 어딘가 싶긴 하다) 운이 좋게 신화 멤버 한 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서 따라가긴 했는데 아. 완전체의 충만함을 채워주진 못했다. (원래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그래도 그때 나를 멋지게 소개해준 피디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 작가님이 현장에 잘 안 나오는데 OO선배님 팬이라고 이렇게 따라왔다고... 크. 지금 생각해도 피디님 너무 감사하다.
내가 신화 팬인 걸 알고 신화 멤버들과 일하게 된 친구들, 후배들은 늘 싸인지를 갖다 줬다. 저희 친한 언니가 팬인데요~ 하면서... 진정한 덕계못... 사실 신화만큼 예능을 자주 하는 그룹이 없는데 난 왜 아직도 함께 일을 하지 못했나. 한 번은 후배가 자기가 하는 프로그램에 신화가 나오는데 앨범 말고 언니 진짜 받고 싶은 싸인지가 있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모았던 잡지를 주기로 했다. 후배는 그 잡지를 받겠다고 빗길을 뚫고 우리 집에 왔는데.. 골목 주차를 잘못해서 사고가 났다. 차가 찌그러졌다. 차량 수리비와 신화 싸인을 맞바꾼 현장이었다. 후배랑 같이 일하던 신화 멤버는 다음엔 우리 꼭 함께 일하자고 써줬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들과 만나지 못했다. (물론 해마다 콘서트는 꼭 챙겨서 다녀왔다) 언젠간 보겠죠 우리... 그때까지 해체하지 말고 장수 아이돌로 살아남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