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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l Mar 20. 2024

엄마를 향한 원망 두 번째.

아빠가 장손이라 친척 어르신들은 남동생을 매우 예뻐했다.

첫째는 나인데도, 마치 동생이 더 우위에 있는 것처럼 대했고, 나는 이 집의 손녀가 아닌 것처럼 동생과 나를 많이 차별했다.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고 한다.


"왜 00만 예뻐해요? 할머니도 여자면서 왜 차별해요?" 라는 식의 말로 서운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때가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주 어릴 때였는데, 엄마는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면서 속이 시원했다는 말씀을 지금도 때때로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난 외로웠다.

그렇게 어린 애가 그 말을 할때까지 엄마아빠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속이 시원했다고 웃으며 말하는 엄마는 그런 날 보며 안쓰러운 마음은 없었던 걸까.

지나간 해프닝처럼 이야기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어투를 들을 때마다 엄마에게 서운했다.

 

그래도 아빠는 친척들이 너무 동생에게만 관심을 줘서 일부러 내 자랑을 해줬다.

하지만 엄마는 차별 받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는 동생이 자신의 자랑인 양 굴었다.


엄마가 때때로 하시는 말이 또 있다.


"아들 낳으니까 아주 대우가 달라지더라. 그래서 좋더라" 라는 말이다.

어느 날은 동생이 그 말을 듣고 옆에서 "그럼 내가 엄마를 살린거네" 라고 하자,

엄마는 "그렇지" 라고 대답하는 걸 보기도 했다.


그럼, 나는 엄마에게 뭘까.


나의 존재가치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엄마는 같은 여자이면서도 나와 남동생을 차별했다.

그러면서 아쉬울 때만 나를 찾았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 엄마는 초등학생인 나에게 화풀이를 했다.

모든 하소연을 했고, 나를 살피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기만 했다. 늘 내게 동생을 챙기라고 말하면서 나의 마음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한테는 맨날 힘들어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동생에게는 엄마의 부드러움과 너그러움, 사랑을 줬다.

내 말에는 관심도 없던 분이 동생이 말하는 거에는 관심이 많았고, 경청해주었다.


그러다 내가 반장을 하자, 엄마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제서야 조금씩 나를 봐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늘 예쁜 짓을 해야만 엄마는 내게 관심과 사랑을 줬다.

동생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가족을 잘 챙기지 않아도 늘 동생 편을 들어주었다.

동생이 잘못해도 그럴 수 있지 오죽하면, 이라며 이해해줬지만

나에게는 예민하다, 부정적이다, 유별나다고만 생각하고 이해해주지 않았다.


나한테도 그럴 수 있지, 오죽하면. 이라고 말해주며 이해해주길 바랐다.

엄마는 내가 살갑게 하고, 엄마 마음을 알아준다며 예쁜 딸이라고 하지만

동생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멋진 아들, 착한 아들이라고 하셨다.


동생이 어쩌다가 한 번만 잘해도 그래도 네 동생 많이 변했다, 착하다, 잘한다 라며 칭찬해줬다.


엄마는 내 외모에도 칭찬을 잘 하지 않았다.

여드름으로 얼굴을 뒤덮은 동생에게는 피부 안 좋다고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피부 좋아졌다,

잘생겨졌다 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작 여드름으로 고생한 적이 없어 남들에게 피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딸에게는

피부 좋다는 칭찬을 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하나라도 여드름이 나면 그거가지고 계속 지적했고,

피부묘기증이 생긴 후로 피부가 안 좋아졌을 때는 늘 나만 보면 지저분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얼굴에서 어떤 부분은 엄마 닮았다고 해도, 엄마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생이 엄마 닮았다는 말을 좋아했고 그걸 자랑스럽게 말하셨다.


그래도 칭찬을 잘해줬던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런 걸 미루어보면

엄마는 자신보다 딸이 더 예쁘고 좋은 부분은 칭찬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잔소리로만 여기고, 기분 나빠하면서 동생이 버릇없이 이야기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내가 수도 없이 말한 걸 엄마는 동생이 말하면 한 번에 들었고, 잘 잊어버리지도 않으셨다.

(이건 아빠도 해당한다.)


가장 상처였던 건 엄마는 동생이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해주면서 나한테는 안 그런다는 거였다

내가 서운한 걸 이야기하거나 싫은 소리 하거나 엄마생각이랑 다른 의견을 말하면 무조건 난 예민하니까 유별나니까 라고만 생각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날 보며 내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엄마가 잘못을 해도 내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해도 행동을 해도, 엄마는 늘 아니라고 우겼고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서 나를 질타했다.

그래서 엄마는 나랑 다툼이 있으면 먼저 내게 전화하는 법이 없었다. 늘 내가 먼저 다가갔다. 딸을 달래주는 건 어릴 때부터 없었다.

이 모든게 날 그렇게 편견으로 보고 생각해서라고 본다. 심지어 엄마는 동생한테까지 누나는 예민하다 유별나다 부정적이다 라며 뒷담화까지 했다. 그래서 동생도 나를 그렇게 편견으로 보는 것 같았지만 아닐 거라고 믿었다. 동생만큼은 아닐거라고. 적어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관련 이야기는 뒤에 나온다)

내가 서운해하고 화라도 내면 동생한테 누나처럼 버릇없이 하지 말라고 하고….. 그럼 엄마는 동생이 버릇없이 굴어도 왜 오죽하면, 그럴 수 있지 라면서 다 이해해주는 걸까. 이런 게 진짜 차별이다.

실제로 내가 이의제기하면 엄마는 늘 넌 여자니까, 동생은 남자니까 라고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여자애가 더 여리고 사소한거에 기분 나빠할 때가 많으니까 더 조심하고 더 보듬어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렇게는 하지도 않으면서….


동생이 예민하게 행동해도 엄마는 늘 그럴 수 있지

오죽하면 이었다.

반면 내가 조금이라도 날선 행동을 보이면 예민하다 유별나다 부정적이다였다. 이건 아빠 뿐만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난 정말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다.


너무 슬프고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왔고 엄마에게 난 아쉬울 때만 찾는 자식인 것 같았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건 아빠도 마찬가지인데, 엄마는 대화할 때 중심을 동생에게 두고, 동생에게 질문도 많이하고, 동생이 재밌어할 만한 이야기를 하지만, 나와 대화할 때는 늘 주인공이 엄마였다. 나한테 쏟아내고 싶었던 본인의 일상이야기, 하소연만 퍼부었다. (아빠는 자기자랑만 늘어놓으신다.)


엄마의 딸과 아들 차별은 그렇게 심했다.


엄마와 친하게 지내는 분도 딸이랑 아들이랑 차별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다.


같은 여자가 그것도 나를 낳아준 엄마가 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그렇게까지 차별을 했어야 할까.

나도 같은 자식인데.

첫째, 딸, 여자이기 전에 나도 엄마의 자식인데....


엄마에게 나는 자식이 아니라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쓰레기통이며, 내 마음 잘 알아주니까 필요할때만 찾고, 때론 엄마역할도 해주는 그런 애였던 거다.


엄마한테 나는 그거밖에 안 되는 거였다.

엄마에게 어여삐 여기고 다 보듬어주고 뭘해도 다 이해해줄 수 있고, 안아주고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자식은 아들, 동생 하나뿐이었다.

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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