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부신 잔인함

by 김준완


​나를 낯선 길 위에 홀로 세워두고
익숙한 대답들을 모조리 앗아가는 책을 만날 때
비로소 영혼의 공부는 시작된다

​그전까지의 삶은
다정하게 차려진 식탁과 온순한 잠자리 사이에서
상처 내지 못하는 고요한 문장들만 쓰다듬었을 뿐

​날 선 책장이 내 안의 굳은 생각들을 가르고 지나갈 때
베인 자리마다 새로운 눈이 뜨여야 한다
나를 지켜주던 안락한 울타리를 내 손으로 허무는 일

​그것은 내가 아는
가장 처절하게 빛나는 잔인함이다

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