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 연대기

Essay

by 김준완

사람의 혁명을
자연의 혁명과 비교하는
여자의 허벅지.


갓 구워낸 빵처럼 따스하지만,
속에는 빙하를 밀어내는 지각의 힘이 숨어 있다.


인간이 광장에서
깃발을 흔들며 외치는 혁명이
먼지나 일구는 일이라면,


이 탄탄한 허벅지가 그리는 궤적은
계절을 통째로 뒤엎는
자연의 순리와 닮아 있다.


햇살 머금은 피부 위로
미세한 솜털이 일어설 때,
그 소리는 폭풍 전야 숲의 술렁임과 같다.


관능은 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이고,
서로 맞부딪는 살의 마찰은
낡은 역사의 페이지를 태우는 불꽃이다.


두 다리가 빚어낸 아치형 공간,
그곳은 모든 ‘전’과 ‘후’가
나뉘는 분수령이다.


팽팽히 당겨진 근육이
길을 열며 비명을 지를 때,
얼어붙은 강이 깨지며 봄을 밀어내는
대지의 진통과 같다.


핏줄 불거진 허벅지는
새로운 생명을 올리는 정직한 지렛대가 되고,
쏟아지는 양수는
메마른 구체제를 씻어내는
거룩한 범람이 된다.


결국 혁명이란 먼 곳의 구호가 아니다.


사랑하고, 탐닉하고,
기어이 비명을 지르며
생명을 쏟아내는
저 눈부신 살의 연대기가
인류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서정적이고
가장 잔혹한 승리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