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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의 평범한 디자이너

by Rumierumie

올해 마흔. 15년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 여기까지 버틴 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5년부터 파도처럼 밀려온 자동화.

새로운 생성형 AI 시스템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마치 저승사자가 다가오는 것처럼 조용히 숨을 죽였다.

디자이너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은 수많은 레이오프 메일이 쏟아졌고, 어느 날은 내부 AI 학습 모듈이 강제 수강으로 전환됐다.

예전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로 버티던 동료들은 카페를 차리거나, 조용히 사라지거나, 혹은 여전히 옛날 UX 플로우를 붙잡고 있었다.


2028년. 가장 크게 흔들렸던 해였다.

첫 UX 리드 타이틀을 달고, 팀과 함께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런칭을 몇 주 앞두고 클라이언트가 말했다.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프롬프트형 생성 시스템이 들어왔고, 우리 팀이 한 달 넘게 만든 와이어프레임의 85%는 순식간에 대체됐다.

그 후로 클라이언트는 내 포트폴리오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AI랑 대화하실 땐 어떤 프롬프트 쓰세요?”


그 해부터 프롬프트가 나의 언어이고, 포트폴리오가 됐다.



“삐빅. 2035년 XX월 XX일. 오전 7시 15분입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푸르스름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모닝 브리핑 시작해 줘.”

스마트 스피커가 조용히 오늘의 키워드, 팀 프로젝트 변경사항, AI 에이전트 업데이트 로그를 읽어준다.

“오늘 디자인 업무, 기록 시작.”

그 한 문장으로 내 일과가 시작된다. AI 시스템은 내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카이브하고, 프롬프트로 정제한다.

스마트폰도 화면도 켜지지 않은 채, 목소리만으로 업무가 시작된다. 시각보다 중요한 건, 생각의 흐름을 먼저 정돈하는 일이다.


오전 9시 - 학습 자세 트레이닝 모델 디자인

공유 사고 공간에 입장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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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초보자의 유럽 감성 못즐기는 영국 생존기. 런던에서 연애, 워홀, 결혼, 학업, 그리고 영국 방송국, 미국 자동차 회사에 취업하기까지 - 이리박고 저리박고 계속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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