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픽션 - 작가 노트 01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조용하게 디자이너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약한 신호(weak signal)들을 엮어 만들어본 첫 번째 디자인 픽션이다.
서비스 디자이너로 일하는 매일, 늘 마음에 걸리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언제까지 디자이너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오늘로부터 10년 후, 살아남은 평범한 디자이너는 2035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갈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질문을 디자인 픽션으로 엮어내기 위해, 약한 신호 (weak signal)을 찾아보고, 미래 세계를 빌드해 봤다.
1. 질문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
“앞으로 디자이너는 무엇을 잘해야 할까?”
좋은 질문을 만드는 일이 그 답이 아닐까 싶었다.
World Economic Forum의 Future of Jobs Report 2023에서도 “문제 해결 능력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중요해진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결국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되고, 프롬프트는 새로운 설계 언어가 되지 않을까?
*출처 - www.weforum.org/reports/the-future-of-jobs-report-2023
2. 협업의 모습도 달라진다
이야기 속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같은 파일을 열지 않는다. 그들은 ‘인지적 협업(cognitive collaboration)’을 한다.
MIT Media Lab과 Stanford HCI Lab의 실험처럼, shared mental model을 기반으로 사고의 흐름을 공유하는 협업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머릿속을 열고, 그 흐름을 공유한다면, UI를 설계하는 게 아니라 ‘사고를 디자인’하게 되지 않을까?
3. 그래서 디자이너는 무엇을 책임져야 할까?
디자이너가 다루는 것은 더 이상 화면이나 폰트가 아니다. 사람의 사고 흐름이고, 그 흐름을 다루는 데는 윤리와 감각이 필요하다.
Google PAIR Guidebook, Mozilla의 Responsible AI Challenge에서는 사용자 신뢰, 조작성(Manipulability), 알고리즘 윤리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흐름은 과도하게 유도하고, 어떤 경험은 몰입보다 중독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디자이너는 이제 ‘기능’보다 ‘의도’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4. 혹시, 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야기 속 프로젝트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의 온보딩 여정이다. AI가 정답을 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호기심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프로젝트에서도 메타인지, 자율성, 질문 중심 학습을 강조한다.
지식보다 질문을 남기는 교육. 그걸 디자인하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라면, 상상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 출처 - 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 과거에서 얻은 짧은 교훈 하나
예전엔 그래픽 디자이너, 플래시 디자이너, 아이콘 디자이너…그 시절에도 ‘최신’이었던 직업들이 지금은 사라지거나 흡수되었다. 회사 생활하며 만난 디자이너들 중에서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이 전공했던 분야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거나 예전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씁쓸하고 아련한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꾸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미래의 디자이너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할 수밖에. 물론 디자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적응과 진화가 생존 팁이 될텐데, 질문을 디자인하고 사고를 공유하는 능력이 미래의 생존 아이템이 될까.
* 읽어본 자료들 -
www.economicgraph.linkedin.com/research/linkedin-emerging-jobs-report
www.eyeondesign.aiga.org/is-graphic-design-dead/
첫 번째 디자인 픽션이 누군가의 상상력을 건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질문을 남긴다.
“질문이 자산이 되고, 프롬프트가 포트폴리오가 되는 미래 세계.
디자이너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어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