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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Mar 25. 2020

엄마


가여워할수록 당신이 더 소중해지고 바보 같은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나의 분노에 잔뜩 귀가 접힌 모습에 이내 속이 타들어만 간다. 사랑하고 동시에 증오하는 마음이 너무도 반반씩 섞였으나, 그럼에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은 더 큰 편이다.


아, 어차피 이 또한 애증인 건가.

당신의 삶과는 결코 다른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껏 쉼 없이 달려왔다. 당신은 한 가정의 가장이자 대들보였으며 절대 아파서도 쓰러지지도 않아야 하는 온몸에 철갑을 두르고 살았다. 행여 슬픈 일을 겪을지라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놔서는 안 되며 힘이 들 땐 그저 저 땅 밑의 제 어미를, 찾아가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그 어미를 찾아가 목청껏 우는 수밖에 없었다. 제 뜻대로 크지 않는 자식을 보며 이 또한 누가 가르쳐준 적이 없기에 그저 방구석 텔레비전을 선생님 삼아 힘껏 회초리를 들어야 했다. 모진 세월, 겪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부모의 부 없이 모 홀로 세 자식을 거느리며 세상을 버티기엔 몹시도 고단했을 터, 제 마음 하나 올곧이 알아주는 이 없어 몹시도 외로웠겠다 싶다.


당신의 삶, 알기에 당신을 응원했고 당신의 눈물, 알기에 점점 깊게 패여만 가는 주름이 싫었다.


우악스럽고 거칠어 여느 사내 한 놈 거뜬히 무찌를 것 같던 당신은 어느새 작은 일에도 새가슴이 되었고 잔소리 한 번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프지 마라, 아직 나는 당신에게 준 것이 단 하나도 없는 못난 자식이다.

울지 마라, 당신의 울음이 내 귀를 파고들 때 내 가슴에도 같은 못이 박히니.

분노 마라, 할수록 썩어 들어가는 것은 당신이며 이를 보는 나 또한 썩어간다.


다만


웃어라, 내가 닮은 그 얼굴로 누구보다 해사하게 웃어라.

그리고 함께하자, 그저 살아감에 있어 함께 웃고 즐거워하자.


나를 낳은 것은 당신의 선택이었을지는 몰라도 나의 선택은 당신과의 동행일지니, 이젠 싫어도 무를 방법이 없다. 당신이 늘 말하는 귀한 자식인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귀하게 여기는 당신의 딸이다.


당신은 나의 엄마이고, 내 생애 단 하나뿐인 최고의 보물 제1호니까,

우리 살아갈 날 내내 사랑하고 사랑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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