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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Jan 06. 2023

이별

지극히 흔해 빠진 그, 것


나는 눈이 작은 편이라,

평소 나보다 큰 눈을 좋아하지 않고 내 눈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너와 나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런 내 눈이 작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웃을 때 너와 내가 닮았다는 말이

가만히 있어도 너와 나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이

절대 섞일 수 없을 것만 같던 너와 내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나를 유약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네가 하는 말이라면, 나는 바보가 되어도 좋았다. 네가 하는 말이라면, 내 취향은 곧 네 취향이기도 했다.


대부분이 내가 너의 말이라면 픽 하고 웃어넘기거나 스르륵 녹는다는 것을, 너는 분명 알고 있었다.

사실 나의 신념이니 가치관이니, 네 앞에만 서면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그저 네 옆에만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나의 신념이자 가치관이었으니.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었고, 너는 갑, 나는 정이었다.


너를 갖고 싶었다.

옆에 두고, 그런 너의 옆선을 가장 가까이에 볼 수 있는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했다.

남자와 여자처럼 일차원적인 개념이 아닌 너를 한 사람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그런 너의 옆을 지키고자 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옆을 지키고자 돈을  많이 벌고자 했다.

열심히 하면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난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끝없이 줄기만 했다.

당연한  아닌가.  황새고  뱁새니까.   꼴이었다.  가랑이 한없이 찢겨 나간 .


누군가의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덜컥 겁이 났겠다 싶었다.

상대방이 전력을 하면 할수록 주춤, 주춤. 뒷걸음만 치던 너를, 나는  보지 못했을까.


그랬던 나는 그런 너와 헤어졌다.

그리고 남들은 결국 마지막 순간에 너의 이기심을 탓했다. 너의 이기심에 못 이겨 자꾸만 숨고 도망가는, 겁 많은 너를 탓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손을 놓은  너라는 사실.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네가  지내길 바란다.

한 때 나의 연인이자 뜨겁게 사랑했던 네가 여전히 멋지게 나이들길 바란다.

그러다 언젠가 우연히 네 소식이 들려오면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

끄덕.

잘 지내고 있구나.

그거면 충분하다.


저버린 태양은 그거면 충분하다.

끄덕.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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