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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Mar 15. 2020

하나 말고 하나

우리는 말고 나


그런 날이 있다. 괜히 투정 부리고 싶은 날.

어제 고향에 온 둘째 언니가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고, 출근이 오후인 첫째 언니가 내내 집에서 나와 함께 있었으면 하고, 오늘은 엄마가 잔소리 말고 나랑 기똥차게 장난 한번 쳐줬으면 싶고. 나의 친구들이 나를 한 번 더 들여다 봐줬으면 하고.

아, 쓰다 보니 알겠다. 나, 지금, 무지하게, 외로운 거구나.


외롭다는 건 생각만큼 슬픈 감정은 아니다. 삶은 외로움을 깨닫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되기 마련이니까. 다만 스스로가 외로운 지경에 이르렀단 사실이 조금은 서글픈 것이다. 외롭지 않으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배우고 얼마나 외롭지 않으려 가득가득 노력했는데. 이럴 때 보면 감정이란 정말 청개구리와도 같다. 외롭지 않으려 발버둥 쳤으나 결국 외로움에 몸 둘 바 모르고 있으니.


인간은 연애라는 것을 한다. 저 아름다운 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혹은 이 길고 긴 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어쨌든 본질은 같다. “혼자는 싫어.”

인간은 혼자 있는 사람을 안쓰러워한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한 남자 혹은 여자, 사고로 남편 혹은 아내를 잃은 여자 혹은 남자, 없으면 죽을 것처럼 연애했으나 헤어진 남과 여, 무리 속에 동떨어져 혼자 있는 사람, 아무것도 피지 않은 인도 위 홀로 핀 민들레꽃까지. 그래서 혼자인 존재들에게 저도 모를 눈빛 한 번 보내고 말을 걸고 애정을 주며 친구가 됨으로써 혼자가 아닌 하나가 되려 한다. 혼자가 되지 말라며, 혼자 있는 사람을 가만두질 않는다.


"그런데 그거 아니? 그들은 혼자가 되기 위해 혼자를 택한 것이라는 것을."

한 사람의 삶이란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개인이 스스로 온전할 수 있을 때부터 개인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게 된다. 그러니 안쓰러워할 사람은 개인이 아니다. 온전치 못한 자신이 타인 모두를 온전치 못한 개인으로 보는 시선을 안쓰러워하는 게 맞지.


외로운 감정은 슬픈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닌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면 되는 감정이다. 삶에서 외로움이란 절대 사라질 수 없는 감정이니까. 그러니 세상의 외로운 자들이여. 베개가 모두 젖을 때까지 펑펑 울지언정 충만히 외로워해도 된다. 그러면서 성장하고 결국엔 온전한 사람이 될 테니까. 아까 말했지 않은가. 삶은 외로움을 깨닫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되기 마련이라고. 자, 이제 깨달았으니 여정을 떠날 채비를 하자.
내 인생, 마이 라이프. 외로움이 가득한 세상 속, 건투를 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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