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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Feb 11. 2023

욱신거림과 울렁거림

하이파이브

두 개의 단어가 떠오른다. ‘욱신거림’과 ‘울렁거림’이라는. 어제와 오늘은 이 단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송태섭

슬램덩크를 봤다. 그 세대라고 말하기엔 조금은 늦게 태어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들장미 소녀 캔디부터 은하철도 999까지 섭렵한 내게 슬램덩크는 당연히 접할 수밖에 없는 희대의 명작이었다. 왼손은 거들뿐의 정대만을 제일 좋아했고, 고릴라 닮은 채치수를 그다음으로 좋아했으며, 강백호의 어리광에 즐거움을 느꼈다. 잘생긴 서태웅은 질투 때문인지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여기서 잠깐. 주인공 중 한 명이 빠졌다. 바로 송태섭. 늘 애매하게만 다가오는 그는 글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無에 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번 영화에선 그런 그가 보였다. 무채색을 찢고 나온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욱신거리는 마음. 언더독의 반란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평범한 우리와 닮은 그의 이야기가 좋아서일까. 이유 모를 찌릿한 감정이 몸을 감쌌다.


2023.02.10



매스꺼움

울렁거렸다. 너무나도 낯선 경험들. 글에 녹아있는 적나라함. 퀴어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그리고 쏠리는 매스꺼움이었다.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말하는 나지만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니 좋은 감정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완벽히 그들의 세상을 이해할 수 없기에 더 그랬던 거 같다. 마치 위선자가 된 것만 같았다. 응원하고 이해한다면서 배 위에서도 느끼지 않는 멀미를 고요한 책 위에서 느끼다니. 그런 내가 싫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책은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문장의 연결이 매끄러웠고, 상상을 구체화시킬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적나라함 사이사이의 사랑스러운 단어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완주하기로 했다. 울렁거리는 파도 위를 유영하며.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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