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 하우스파티를 했다.
영국에서 첫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유럽에선 크리스마스가 한국의 추석처럼 큰 명절이다. 일하고 있는 카페 멤버들과 크리스마스 디너도 먹고, 워홀러로 구성된 영어 스터디 사람들과 내가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의 빈 방을 하나 빌려 파티도 했다.
카페네로에서 크리스마스 디너 지원금이 나왔다. 그 돈으로 매니저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다. 파티에서 제일 기대했던 건 채식주의자 이탈리아인 멤버가 만들기로 한 파스타였다. 꽤 맛있었다. 매니저가 살고 있는 플랏에는 거실이 있어서 노래방 기계도 틀어고 놀았다. 매니저와 같은 국적의 체코인 플랏메이트들은 집에서 이렇게 파티를 하는 상황에 익숙한 듯 했다. 한국인들만 살고 있는 내가 살고 있는 플랏에서는 친구초대도 힘들고, 친구가 온다 해도 방에 머물러야 하고 주방에 못 들어온다. 하우스파티가 익숙한 유럽인들과, 그렇지 않은 한국인의 문화차이 같았다.
멤버들과 각자 £15 상당의 선물을 산 후 제비뽑기를 해서 나눠가지기로 했다. 나는 록시땅 핸드크림을 샀다. 카페에서 일하면 설거지를 많이 해서 손이 자주 트고 갈라지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출신 멤버 도비가 내 선물을 뽑았는데, 맘에 들어하는 눈치라 다행이었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고 싶어서 빨간색 크리스마스 양말을 사서 멤버들에게 나눠줬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주느라 고생한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영국 워홀러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통해 모집했던 영어 스터디 사람들과 파티도 했다.
놀라운 점! 크리스마스에는 런던의 대중교통이 모두 운행하지 않는다. 연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조금 놀라웠다. 연휴에 대중교통이 가장 필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영국, 넓게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에는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리스마스에 대체 뭘 해야 하나 고민했다. 대중교통이 운행을 안 하니까 어디 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인 런던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넘기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영어 스터디 멤버들과 하우스파티를 하기로 했다. 스터디 멤버 중 내가 사는 지역인 골더스그린 주민들이 2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집에 돌아갈 수 있으니까,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맨날 혼자 걸어오던 집을 스터디 멤버들과 다 같이 걸어오니까 신기하고 이상했다. 내가 사는 플랏 다락방이 엄청 넓고 좋은데, 마침 세입자가 없이 비어있길래 금액을 지불하고 하루 빌렸다. 정말 먹고싶었던 떡볶이, 크림파스타, 치킨 오븐구이 등 다양한 음식을 요리해서 맛있게 먹었다. 다들 공간을 마음에 들어하고 재밌게 놀다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나름 즐겁게 첫번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니 새해가 코앞이었다. 벌써 영국에 온지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시간만 흘려 보낸 것 같아 자꾸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음이 어지러웠다. 머리를 비우고 싶어 오랜만에 조깅을 시작했다. 한바탕 뛰고 나면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이 시간을 귀중히 잘 보낼 수 있을까? 이 시기의 나는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생각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