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온 지 한 달 만에, 모아둔 돈을 거의 다 썼다.
런던에 온 지 한 달 만에 가지고 있는 돈의 반을 넘게 써버렸다. 영국 오기 전 1년 동안 월급을 꼬박 모으고, 출국 직전까지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이었다. 런던의 집 값은 정말로 살인적이다.
내 잔액은 영국에서의 다음 달을 기약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어떻게든 일을 찾아야 했다. 일단 어떤 일이라도 하면서 돈을 벌어 런던에서의 생활을 연장해야 했다. 그리고 꾸준히 영어실력을 늘려 계속 공연 관련 일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국워홀을 간 이유는, 영국에서 공연 관련 어떤 일이라도 하면서 보고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웨스트앤드 뮤지컬 공연장에서 안내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일은 유창한 영어실력이 필요하며 지원서부터 면접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래도 우선 공연장에 CV(이력서)를 돌려보고, 안되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지원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적은 나이는 아닌지라 단순 서비스직은 정말 하기 싫었다. 한국에서 이미 이골이 날 정도로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도 여유 있게 가져왔다. 그렇지만 깨달았다. 여기는 한국이 아닌 영국이었다.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