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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연 Feb 18. 2022

[영국워홀] 7. 카페네로에서 일을 시작했다.

영국에서의 첫 Job은 바리스타였다.

급했다. 당장 돈이 필요했다. 다음 달 방세를 낼 돈이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극장 중 2곳에 극장 안내원(하우스 어셔)로 지원했다. 영국의 공연을 보고 배우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갔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지원 한 곳, 온라인 지원 한 곳을 했다. 뮤지컬 Thriller Live가 공연하고 있던  Lyric Theatre에는 직접 찾아가서 매표소 직원에게 CV(이력서)를 건네주며 하우스매니저에게 전해달라고 했고, 뮤지컬 The Bodyguard가 공연중이던 Dominion Theatre는 찾아가 물어보니 온라인 지원만 받는다며 홈페이지를 확인하라고 했다. 하지만 두 곳 다 연락은 없었다.


방세 낼 날이 다가오고 있기에, 일단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서비스직을 지원하기로 했다. 리쿠르트먼트 센터가 있어 바로 인터뷰가 가능한 카페네로(CAFFÉ NERO)와 프레타망제(PRET A MANGE - 샌드위치 체인점)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카페네로 리쿠르트먼트 센터에 먼저 들렸다. 출력한 CV를 건네니, 그걸 근거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런던에 얼마나 있을 예정이고, 일할 수 있는 비자는 있는지, 3개월 내에 휴가를 갈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다행히도 어떤 질문이 나올지 다른 블로그를 통해 충분히 숙지하고 갔기에, 질문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답변은 그렇지 못했지만. 엄청 버벅대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나를 인터뷰한 직원이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익숙한지,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었다. 집 또는 다니던 어학원 근처에서 일하기 원해서, 그 근처에 자리가 있는지 확인 후 바로 연락을 주었다. 학원 근처 Holborn역 앞 카페네로에 자리가 있어서, 바로 다음날 Shadow Shift(1~2시간 짧게 매장에서 일해보면서 면접을 보는 것)를 했다.  


내가 shadow shift를 하고 채용됐던, Caffe Nero 매장.

Shadow Shift는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직원들을 따라다니며 돕는 것이었다. 커피를 만들진 않고, 매장 치우고 물건 채우고 손님 상대를 보조를 했다. 쉐도우 시프트 전에 매장 매니저와도 2차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런던에 왔는지, 동료와 갈등을 겪었던 적은 없는지, 손님이 컴플레인 걸었던 적은 없는지 등을 질문지에 따라 물어봤다. 답변을 미리 준비해갔으나 완벽히 외우진 못해서, 면접 당시에는 역시나 엄청 버벅댔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쉐도우 시프트를 시작했다. 영국 커피숍은 마신 커피잔을 자리에 두고 가면 직원이 치우는 시스템이라, 커피잔과 접시를 수거할 통을 옆구리에 하나 들고 계속해서 테이블을 치웠다. 별로 손님이 붐비지 않아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그걸 본 매장 매니저가 작은 일회용컵에 시음용 음료를 30잔 만들어 주더니, 매장 안 고객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그 후 자기가 매장 고객들에게 음료가 어땠는지 물어볼거라고 했다. 


시음용 음료 30잔은 10분도 안되서 다 나눠줬다. 매장 앞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음료를 권했다. 남은 음료는 매장 내 고객들에게 한 잔씩 나눠줬다. 뭐라고 말하며 나눠줬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내가 뭐라고 하는지도, 고객들이 뭐라고 물어보는지도 잘 몰랐지만 당장 살아야했기에 어떻게든 해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면접보는 내내 잘 안 웃던 매니저는 다 나눠준걸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잘했다고 했다.




쉐도우 시프트가 끝나고 매니저와 테이블에 단 둘이 앉았다. 


매니저 : “오늘 어땠어? 일하는 거 어땠어?”

나 : “좋았어! 아침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별로 안 바쁘고 고객들도 친절해!”

매니저 : “그럼 계속 이 일 하고 싶어?”

나 : “당연하지”

매니저 : “그럼 내가 job offer하고 싶어”

나 : “REALLY??”


엄청 긴장했던 나는, 매니저의 말에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영어도 유창하지 않은 내가 영국에 혼자 덜렁와서 영어로 보는 첫 인터뷰였으니 얼마나 긴장했을까. 첫 인터뷰, 첫 trial(하루 일하면서 면접을 보는 것) 다 통과하고 첫 job을 바로 얻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혼자 맨땅에 헤딩하며 이룬 것이어서 나에겐 특별했다. 집에 돌아와 기쁨으로 두근대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여기서 일하며 다음 스텝을 천천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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