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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작가 Mar 07. 2024

상담 일기(1)

나의  일부이자, 나의 카르마인 가족에 대해 

2년 동안 해왔던 작업이 중단되면서 흔히 말하는 맨붕을 겪었다. 

쉽게 지나갈 줄 알았던 실패의 경험은 생각보다 큰 쓰나미로 몰려왔고, 

나는 감정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스스로의 상태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었다.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상담 12회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금액을 생각하면 상당한 지원이었다.

그렇게 생에 처음 본격적인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상담 첫회때는 당면한 상황, 풀고 싶은 심리적 문제등을 선생님께 설명했고.

두번째에는 여러가지 심리검사를 했다. 

그리고 세번째 만남에서 검사 결과를 들었다. 

우울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는 상담을 모두 끝낸 후 얘기해보기로 했다. 


네번째 상담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네번째 상담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검사 결과를 듣고 나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우울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듣고 처음에는 그럼 어떻게 해야한다는 거지? 

라는 답답함이 있었다. 상담으로 바꿀 수 있나? 

약물치료를 받으면 낳아질까? 하는 등의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주변사람들에게 이 상황에 대한 얘기를 했고, 

사람들의 저마다 자기도 우울했던 상황, 병원에 다니는 상황을 들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자, 우울수치가 높은 것이 나만의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러면서도 생활할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이런 얘기를 선생님에게 했고, 선생님은 오히려 표면밖으로 우울이라는 문제 인식이 되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우울한 상황에서 '이모'를 떠올리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우울한 상황이 되면 돌아가신 이모가 떠올랐다.

이모도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으셨고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셨다. 

그래서 나에게 우울함이 밀려오면 혹시 이모도 이런 상황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꾸 집착하고 이모 생각으로 침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상담선생님은 이모와의 관계에 대해 물으셨고 가족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 대화는 자연스럽게 엄마로 이어졌다. 


나는 엄마하면 떠오르는 감정에서, 섭섭함을 대해 털어놓았다. 

참 나이 마흔이 넘어서 아직까지 엄마한테 섭섭하다고 투정부리고 있다니, 

한심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은 맞다. 인정한다. 

엄마는 어떤 부분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폐렴에 걸려 입원한 적이 있었다. 

추석연휴 내내 병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았는데, 

시부모님들은 걱정이 되신다며 담양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병원을 방문하시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내가 분명 입원한다는 톡까지 보냈는데 

주말이 지날때까지 괜찮냐는 연락 한번이 없어서 서운함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시부모님과 상반된 반응 때문에 더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주말이 지난 후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이미 감정이 상해있어서 엄마에게 폭발하듯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나의 이런 폭발이 버거웠는지 엄마는 더 한 말로 돌려주고 말았다. 


"이제 너도 결혼했으니까 니 가정은 니가 돌보고 살아. 그냥 그렇게 각자 살자."


그저 엄마도 걱정했는데 연락못했어, 고생많지? 라는 말이었으면 되었을텐데... 

오히려 선을 그어버린 엄마에게 엄청난 서운함이 들었다. 

이 상처로 나는 앞으로는 엄마보다 싸늘하게 대할 것을 다짐했었다. 

어린아이처럼 복수를 결심했던 거다. 


이 얘기를 듣고 상담 선생님이 나의 서운한 감정을 인정해주셨다. 

그리고 엄마가 원래 좀 차가운 성격이신지 물었다. 

글쎄... 엄마가 차갑다 따뜻하다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엄마는... 누구나 그런 것처럼 힘들면 차가워지는 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그렇다. 스스로가 버거우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린 엄마에게 바라게 된다. 다정함, 응원, 공감, 영원한 내 편... 

그리고 부모는 어느정도 그 바람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채워주지 못했다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표현해주길...


나는 알아서 스스로 잘 하는 아이였다. 크게 손이 가지 않는 아이.

그래서 엄마에겐 나의 뒤늦은 요구가 어색하고 거북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표현을 안했을 뿐, 언제나 지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결핍이 다 자란 후 심리적 문제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다.

누구나 결핍은 있다. 그리고 결핍을 안고도 잘 살아간다. 

하지만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그 결핍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 때 그 상황이 그랬다. 

우울수치가 올라간 건 내가 처한 상황(일에서의 실패감) 과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오래된 결핍이 만나 생긴 결과였다. 

이제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갈 타이밍이었다.

이번 상담은 나에게로 향하는 탐험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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