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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작가 Aug 16. 2023

가출, 혹은 여행기

광주에서 여수까지, 즐거움과 고통이 교차하는 가족여행기 (프롤로그)

원래 가족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다.

올 여름은 날이 너무 더워 어딜 돌아다닐 수 없는 지경인데다 바다마저 목욕물이라 불릴만큼 미지근하다니 피서라는 의미가 무색하다는 생각에  떠나 볼 엄두가 안났다.

그런데... 갑자기, 어쩌다 그만 계획이 생겨버렸다.


여름방학 전에 아이의 여름 캠프를 잡아놓았다. 이름하여 <독서캠프>.

방학 내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파묻힐 아이를 위한(?) 특별한 캠프였다.  

이 곳에 보낸다는 계획으로 여름방학 내내 틱톡과 게임, 쇼츠를 오가는 아이의 열혈 미디어 생활을 눈감아 주기도 하였다.

근데 문제는 이 캠프가 광주에 위치한 한 대안학교에서 열린다는 것. 그래서 아이를 데려다 주러 광주까지 가야만 했고 어차피 광주에 가는거, 그곳에서 좀 머물다가 돌아올까? 간 김에 해수욕장도? 하며 얼렁뚱땅 여행계획이 생겨버린 것이다.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8월 11일 광주 도착, 아이와 아이 친구(함께 캠프에 동행하는)를 캠프에 입소시킨다.

나와 남편은 미련없이 떠난다. 광주근처에서 둘만의 2박 3일 여행을 즐긴다.

13일 퇴소하는 아이를 데리고 여수로 간다. 여수에서 진짜 가족 휴가 2박 3일을 즐기고.... 돌아온다.

아이와 따로 2박 3일, 함께 2박 3일을 보내는 총 4박 5일의 휴가가... 그렇게 계획되었다.


우리끼리 2박 3일은 별 계획없이 유유자적 보내기로 했다. 숙소도 대충 싼 곳을 잡았다.

대신 13일이 내 생일이라 그 전날인 12일 저녁에는 좀 분위기 좋은 데를 가보자. 이정도 계획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어긋나라고 있는 법...

한동안 잊고 있었다. 남편이 얼마나 집돌이인지, 불평불만이 많은 인간인지...

예민보스 남편과 까탈쟁이 아들, 그리고 우리 아들만큼이나 까탈스러운 아들 친구까지...

그나마 그중에서 제일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계획하고 주도한 이번 여행은, 결국 고행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의 가족여행은 아주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내 어릴 적 가족여행들도 다 즐겁고 좋았던 기억 뿐이다.

그런데 부모가 된 지금,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가족 여행은 행복한 것인가?

여행길에서 만난 또 다른 타인, 나의 가족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즐겁기도 하지만 또 딱 그만큼 힘들기도 하다.

한번 다녀오면 내년까지 어디 같이 가잔 말이 안나올 정도로 피곤한 건 물론이고.

엉겁결에 떠난 가족여행... 그 달콤쌉쌀한 시간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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