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혁명이라 부르는가?
수업의 이름을 붙이면서 혁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그다지 편안하지는 않았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뜻도 있지만 과연 플랫폼이 만들어 내고 있는 변화가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한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플랫폼이 만들어 낸 변화는 5년 전에 비해서 훨씬 커져버렸고 이제는 플랫폼 없이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 되었다.
삶의 플랫폼 의존도는 점점 더 심해져 쿠팡, 카카오, 네이버, 배달의민족, 당근 등이 없이는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플랫폼 혁명은 이들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 "플랫폼"이라는 데 있다. 새로운 사업방식인 플랫폼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갓 20여 년이 되었는데 이 사업방식이 이제는 세상의 룰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고 그 영향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반명사에는 어김없이 하나의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는 구글이 인간관계는 메타가, 상거래는 아마존이 그리고 이동은 우버가 숙박에는 에어비엔비가 존재한다. 물론 지금도 어딘가의 영역에서 플랫폼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플랫폼 혁명이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전까지 우리가 겪었던 산업혁명들은 모두 100여 년간의 기술적인 변화를 기반으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기술을 통한 생산성의 증가가 그 경제에 참여자들의 인식에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증기기관, 전기와 통신,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생산성을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가족, 사회, 소비, 평등, 개방, 공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인식상의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상의 변화는 인류의 정치경제 사회문화적인 진보를 가능하게 했다.
그렇다면 플랫폼 혁명은 어떤 인식상의 변화를 만들어 냈고 또 어떤 인류사적인 진보를 가능하게 했을까? 아직은 플랫폼기업들이 인류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는 모른다. 단지 이들의 자신의 영역에서 개방과 공유라는 새로운 사상을 비즈니스에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달리 비즈니스도 개방되고 공유될 수 있다는 사고를 만들어 낸 것은 분명 훌륭한 인식상의 진보라 생각한다.
구글을 통해 누구나 지식에 접근이 가능해졌고, SNS와 유튜브의 등장으로 노력만 하면 누구나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유통망이라는 과거 고객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약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고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이동이나 숙박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다양성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시장에 존재했던 아픔을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서 해결법을 제시했고 시장이 그 솔루션을 받아들였기에 지금의 플랫폼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플랫폼 혁명은 개방과 공유의 혁명이다. 빠르게 커져야 하고 그 속도와 규모를 통해 시장의 새로운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 플랫폼의 생존 방식이기에 "개방과 공유"는 플랫폼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새로운 원칙이었다. 언젠가 한 명의 과학자가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얻어낸 결과를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한 사건이 있었다. 금전적 가치로 따지면 수억 불에 달하는 기술을 아낌없이 공개한 것이다. 그 당시 그 사건을 접하면서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물론 그 기술을 살려는 기업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개방과 공유" 새로운 가치가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비영리단체나 사회봉사단체의 행위가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마저도 말이다. 플랫폼 혁명은 이제 갓 시작되었고 아마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인식상에 "개방과 공유"라는 인식이 어떻게 변화될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