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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Jul 15. 2024

배달플랫폼의 등장

주문중개 플랫폼의 나 혼자만 레벨업

넷플릭스에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한국 웹툰을 일본기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아무도 레벨업이 불가능한 세상에서 혼자 레벨업을 합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레벨을 올려가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현재 보이는 행보를 보면 "나 혼자만 레벨업"의 모습이 보입니다. 주문을 중개하던 주문중개 플랫폼에서 이제는 배달시장 전체를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으로의 레벨업이 그 모습입니다. 이 레벨업의 과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SERI CEO에 기고했던 글을 올려봅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이미지, 출처 넷마블, 넷플릭스




무료배달에 대한 음식중개 플랫폼의 생각


배달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쿠팡이츠가 2024년 4월부터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인근 지역 여러 주문 건을 함께 배달하는 묶음배달에 대해 무료배달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2023년 4월부터 와우 회원에게 제공하던 쿠팡이츠 10% 할인혜택을 무료배달로 전환한 것이죠.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선언에 배달의민족도 알뜰배달 무료를 선언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배달비 부담이 컸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인 것 같기는 한데, 음식주문중개 플랫폼들의 무료배달 선언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료배달 도입 배경과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 : 새로운 점주 요금제 구조 

우선 음식주문중개 플랫폼들이 무료배달을 선언하게 된 배경은 팬데믹 기간 가파르게 성장했던 배달앱 시장이 2023년 처음으로 역성장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26조 5940억 원이던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23년 26조 4326억 원으로 0.6% 감소했습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첫 역성장입니다.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외식이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소비자의 배달비에 대한 부담도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2024년 1월 플랫폼에 참여하는 공급자, 즉 식당 주인들에게 적용하는 요금제를 “배민 1”에서 “배민 1 플러스”로 개편합니다. 그동안 배민은 ‘정률 요금제’로, 점주로부터 주문중계수수료 6.8%, 결제수수료 3% 남짓을 받았습니다. 주문음식 가격의 대략 10% 정도를 배민이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배달을 배민이 직접 수행할 경우 배달비 6000원을 요구합니다. 식당은 6000원 중 일부를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배달팁이라는 이름으로 손님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식당은 대략 10%의 주문중개 수수료를 배민에 지불하고, 배달비는 식당과 손님이 나눠내는 구조였죠. 식당이 4000원을 내면 손님이 2000원을, 식당이 2000원을 내면 손님이 4000원을 내는 구조입니다. 배달비를 더 많이 부담하고 주문을 늘릴 것인지, 배달비에 대한 부담을 낮출 것인지는 식당이 선택할 수 있었죠.  

하지만 “배민 1 플러스”는 점주가 내야 하는 배달비를 배민이 결정합니다. 지역에 따라 기본 배달비는 일률적으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기본 배달비는 3000원입니다. 그리고 점주가 결정하던 배달팁, 즉 손님의 배달비 부담은 배민이 결정합니다. 폭설이 내려 배달이 어려운 상황에 손님들의 배달비 부담은 올라가게 됩니다. 배달의 수혜자가 손님인 만큼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손님의 부담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 모든 결정권이 식당 점주에서 배민으로 넘어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론 실제 배달은 배민이 책임지고 수행하는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쿠팡이츠 역시 2024년 3월 “스마트요금제”라는 거의 동일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기존에 대표적인 요금제는 중개수수료 9.8%에 배달비 1764~5400원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분담하고 분담률을 점주가 결정했는데요. 4가지 요금제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점주는 중개수수료 9.8%와 쿠팡이츠가 책정하는 배달비 1900~2900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쿠팡은 모든 배달을 직접 수행해 왔으니 배달비 책정의 원칙만 변경한 셈입니다. 

이러한 요금제의 변화를 통해 배민과 쿠팡은 배달에 있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통제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무료 배달이라는 제안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존처럼 손님의 배달 부담인 배달팁 결정권을 식당이 갖고 있으면 무료배달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식당은 묶음배달 무료를 감안하여 단일배달 건에서 손님이 지불하는 배달팁을 최대로 올려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달중개 플랫폼으로의 확장 

다른 플랫폼과 달리 음식주문중개 플랫폼 시장에서는 주문을 중개하는 것보다 실제 음식이 배달되는 서비스의 품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문중개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음식 배달을 그냥 배달중개사업자에게 맡겨 두기가 불안했을 것입니다. 때문에 배민은 그동안 우아한 청년들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배민라이더를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배달시장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은 대기업의 참여로 인한 배달 가격 상승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주문중개 플랫폼에서 배달중개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배달중개를 통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배민의 일 년 배달 건수가 12억 건 정도니 배달비를 6천 원으로 가정해도 배달서비스를 통한 매출은 7조가 넘습니다. 분명히 매력적인 숫자이기는 합니다. 


배달시장 그 자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배달비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배달중개플랫폼 노조 및 배민라이더의 배달비 인상에 대한 요구는 지속될 것이고 배민은 이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배민의 자체 배달이 일정 규모, 즉 시장의 50%를 넘어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배민이 전체 배달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 생깁니다. 

배민 1 플러스라는 요금제 구조에서는, 만약 눈이 오고 배달노동자의 공급이 줄어든 상황이라면 배민은 단건배달의 배달비를 만원으로 올리고 손님이 부담하는 배달팁을 7천 원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에서 이전 요금제라면 날씨의 변덕은 배민의 비용으로 고스란히 넘어갑니다. 이미 6천 원이라는 배달비를 식당으로부터 받았고 식당 3천 원, 손님 3천 원으로 비용 부담이 결정되었기에 배달 품질을 올리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은 오롯이 배민의 몫이 되는 것이죠. 

아울러 앞으로 예상되는 배달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의 기본 배달비 인상과 같은 배달 비용의 상승분을 배민이 혼자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식당에게는 배달비 인상을 감안하여 과거 3000원이던 배달비를 일부 인상할 수 있고 손님에게도 역시 일부 부담을 배달팁 인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민에게는 그래서 이제 목표가 생긴 것입니다. 전체 배달에서 배민 1 플러스의 비중이 올라간다는 것은 배민의 자체 배달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고 이는 배달비에 대한 배민의 결정권이 상승함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당분간 배민의 가장 중요한 KPI는 배민 1 플러스의 확대일 것입니다. 즉 배민 1 플러스의 등장은 배민의 독점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과거 배민이 배달비 할인쿠폰을 손님에게 제공하면 그 비용은 전체 배달서비스 운영을 위해 사용되지 배민라이더의 경쟁력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민 1 플러스의 경우 프로모션의 성과는 모두 배민라이더의 경쟁력이 됩니다. 배민 1 플러스에서 묶음배달비를 무료로 한다는 것은 배민이 배달할 경우에만 무료로 배달한다는 뜻이기에 식당 입장에서는 배민 1 플러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민은 점주들에게 배민 1 플러스 외에 울트라콜, 쿠팡이츠는 기존 요금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무료배달이 적용되는 알뜰배달로 유입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배민 1 플러스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즉 배민 1 플러스가 일반화되면 생각대로와 같은 배달중개플랫폼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음식배달앱들이 주문중개 플랫폼에서 배달플랫폼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죠. 


여기에 배달의민족은 배민클럽이라는 멤버십을 만들어 가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프로모션이 끝나면 배민은 정확한 계산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최근 쿠팡이 로켓와우 멤버십 비용을 58% 인상한 것을 보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배민클럽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독점력 강화 

플랫폼은 시장의 운영자입니다. 배민클럽의 가입자가 천만명이 넘어서고 배민 1 플러스가 일반화되면 배달시장의 운영자인 배달의민족은 두 가지 결정권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중개를 통해 얻는 수수료이고 또 하나는 배달비입니다. 이 두 가지가 적절히 통제되어야 시장을 성장시키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플랫폼에 대한 규제 정서로 보면 언젠가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민과 쿠팡 입장에서는 수수료 인하를 만회할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배달 서비스입니다. 앞에서 간단히 계산해 보았던 배민에게 7조 원이라는 배달 서비스 매출은 인공지능의 도입을 통한 배달 경로의 최적화, 배달 노동자 관리의 최적화, 로봇 배달의 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권력”입니다. 이미 법칙을 스스로 만드는 플랫폼의 운영자이기에 권력만 가질 수 있다면 수익을 만드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배민과 쿠팡이츠의 공지를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때 늘어나게 되는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은 식당과 손님일 것이고 플랫폼의 수익은 지켜질 것입니다.  “제반 비용의 인상으로 기본 배달비용을 6천 원에서 7천 원으로 인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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