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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Nov 28. 2024

상생하는 배달 플랫폼이 되려면

배달 플랫폼에 대한 생각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5/0003403375?date=20241127


우리의 머릿속에서 원래 음식배달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였다. 중국음식배달이 그랬고 피자와 치킨도 배달을 기본으로 판매를 해 왔다. 하지만 배달이 26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금 배달 서비스는 결코 무료로 제공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배달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인식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 인식은 배달 플랫폼이 만들어 냈다. 배달 플랫폼은 배달 시장을 성장시켜야 했고 그래서 무료 배달이라는 소비자의 혜택을 가장 중요한 소구점으로 사용했다. 소비자는 누가 그 비용을 지불하는지 상관하지 않았기에 무료 배달의 인식은 쉽게 시장을 장악했다. 배달이라는 행위가 만들어 내는 가치의 대부분을 향유하는 소비자는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 비용은 누가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의 시장 구조에서는 식당이 그 비용을 거의 온전히 지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배달비의 반을 식당이 나머지 반을 플랫폼이 부담한다고 하지만 플랫폼이 부담하는 나머지 반의 원천은 식당이 지불하는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식당 사장님들이 배달주문이 해봐야 손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배달비 부담과 수수료 그리고 주문을 늘리기 위한 광고비까지 생각하면 배달 주문은 식당의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매출이다. 


이러한 불리한 구조는 팬더믹이라는 외부 충격을 통해 더욱더 공고해진다. 식당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구조가 나쁘더라도 배달을 외면할 수 없었던 긴 시간이 있었다. 배달 플랫폼은 이러한 구조와 충격을 기반으로 배달시장을 최대까지 성장시켰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정상화되었고 많은 식당들의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에 더 이상 이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이 어려워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는 것은 수많은 식당이라는 골목시장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배적 플랫폼은 시장을 운영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판매자와 구매자와 같이 양면시장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자적 위치를 갖게 되면 일종의 정부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권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 자리를 얻기 위한 플랫폼 기업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원칙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배달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시장을 리드하던 배민이 경쟁자인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도 이상하고 올렸던 수수료율을 사업자 간의 논의를 통해 내리는 것도 이상하다. 시장은 경쟁의 원칙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데 그 원칙이 배달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소수의 플랫폼들이 동일한 원칙에 의해 시장을 운영하므로 경쟁이 없는 담합된 시장 운영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시장이 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의해 함께 운영되는 과두독점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흡사 경쟁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시장은 이미 담합을 통해 독점 플랫폼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26조까지 커진 배달시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 간의 경쟁이 아니라 타협이 필요하고 현재의 시장은 식당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달시장 정상화는 배달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배달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의 공정한 배분이 필요하다. 배달을 통해 만들어진 가치의 많은 부분을 소비자들이 누리는데 그 부담의 대부분은 식당이 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배달비에 대한 부담을 식당에서 소비자로 이전시키는 것이 배달 시장 정상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주문중개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개의 사업은 분리 운영돼야 한다. 소수의 주문중개 사업자들이 지배자적 위치를 차지한 상태에서 이들이 배달 서비스를 함께 운영할 경우 배달비 수준 설정과 배달비 부담자를 이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주문중개 사업자들이 식당으로부터 배달비의 일정액을 받는 것은 권력이 플랫폼에게 과도하게 쏠린 결과이고 위에서 이야기한 공정가치 배분원칙에 어긋난다. 배달비는 시장에 맡기고 플랫폼 사업자가 원한다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울러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 프로그램과 같은 타 산업과의 연결을 통해 배달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 역시 규제돼야 한다. 이는 쿠팡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지배자적 권력을 배달시장으로 확장하는 행위다. 권력남용, 경쟁방해, 영역확장이라는 전형적인 독점기업의 전횡 중 영역확장에 해당한다. 

배달시장은 이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었다. 이 시장이 제공하는 편리라는 가치는 명확하고 중개 플랫폼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수료라는 중개의 대가에 맞게 시장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중개라는 플랫폼의 기본적인 가치에 충실한 플랫폼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배달플랫폼, #독점플랫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배달시장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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