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계정 운영정책 변경에 대해
호주 정부가 올해 안에 소셜미디어(SNS) 최소 사용 연령 제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법이 발효되면 14세 이하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호주를 비롯하여 이미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술이나 담배처럼 중독성이 강해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금지 추세에 대응하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플랫폼은 2024년 9월 17일 18세 이하 청소년을 위한 자사의 플랫폼 운영정책을 변경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다음 달부터, 그 외 국가에서는 2025년 1월부터 청소년 계정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이 청소년 계정은 기본적으로 SNS라는 서비스 내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계정의 비공개, 선택적 알고리즘 추천, 사용시간제한 등의 보호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것인가입니다.
발표를 보면 청소년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나쁜 성인, 부적절한 콘텐츠 등이 그 보호의 원천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호주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금지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생각하는 보호의 대상은 소셜미디어 그 자체입니다. 즉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적합한 서비스인지 그 자체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셜미디어가 갖는 “중독”이라는 특징에 기인합니다. 문제는 이 중독이라는 특징이 소셜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의 사업목표는 보다 많은 트래픽이고 이를 통한 광고 수입입니다. 즉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더 자주 방문하고 일단 방문하면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입니다. 그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어떤 행위를 할까요? 이를 우리는 서비스 운영이라 부릅니다. 페이스북은 이 서비스 운영을 통해 우리가 보다 많은 시간을 서비스 안에 머무르도록 노력합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서비스를 만들어 두고 사용자들이 알아서 콘텐츠를 올리고 커뮤니티를 유지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페이스북의 목적에 맞게 잦은 방문 오랜 체류가 이뤄지도록 운영하는 것입니다. 콘텐츠는 사용자들이 올리지만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가는 플랫폼 운영자가 알고리즘을 통해 결정합니다.
먼저 잦은 방문을 위해서는 지속적 알림을 통해 방문을 유도합니다. 절친이 무언가를 올렸다 거나 나의 주변에 무언가 사건이 발생했다는 알림에 우리는 자연스레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단 서비스 안에 들어가고 나면 나에 대해 잘 아는 SNS 운영자는 계속해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제시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아래로 스크롤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현대인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활동이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다른 생산적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이를 SNS 중독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이 SNS 중독이라는 나쁜 일이 페이스북에게는 비즈니스 그 자체라는 데 있습니다. 이 행위에 중독된 사용자가 많아야 페이스북의 매출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다시 청소년이라는 대상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무언가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할 때 피해의 정도가 성인대비 크다는 점도 있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담배를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청소년기의 건강에 담배가 더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담배가 주는 해악이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즉 SNS 중독도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결과론적으로 만들어지는 폐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Instagram은 2022년에 18세 미만의 미국 사용자로부터 전체 광고 매출의 16%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제 소셜미디어의 주 사용자는 청소년들이고 이들의 이탈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메타플랫폼을 비롯한 SNS 플랫폼 운영자들은 선제적으로
청소년 보호대책 등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처럼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접속이 금지된다면 그 타격은 엄청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본질인 중독과 청소년 보호대책은 양립하기 쉬운 대상은 아닙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는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구글을 포함한 거의 모든 플랫폼 기업들이 중독을 목표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고발합니다. 아울러 이 다큐멘터리는 결론으로 인간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는 종이와 TV를 거쳐서 이제 스마트폰으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래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가상공간에서 중독이라는 현상은 인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SNS는 무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따라서 무언가 제공되는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이 바로 상품이라는 이야기가 이제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에 지금 시작된 청소년으로부터 소셜미디어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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