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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Oct 31. 2024

카카오 모빌리티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카카오 모빌리티 총 과징금 978억 원, 724+254억 원

카카오 모빌리티는 공정위로부터 모두 천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처분받았습니다. 과연 카카오 모빌리티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플랫폼은 시장에 새로이 등장은 사업방식입니다. 과거 우리가 가치사슬의 한쪽에는 기업이 다른 한쪽에는 고객이 있었던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제 플랫폼은 시장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되어 시장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경쟁의 종착역은 독점 플랫폼의 등장입니다. 


독점 플랫폼의 등장은 참여자들에게는 양날의 검입니다. 하나의 플랫폼이 있으니 참여자 입장에서 편리합니다. 우리가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쓰고 있는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네이버의 검색이나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가 시장을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에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쿠팡이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면 11번가, SSG, 지마켓 등 다수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보다 편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플랫폼의 이론상 언젠가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시장을 차지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플랫폼의 독점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 독점이라는 단어는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단어였습니다. 아직도 미국의 반독점법을 이야기할 때 독점과 민주주의는 함께 양립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가 본격화되면서 이 과거의 독점에 대한 생각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우리는 이제 현실이자 함께 성장해야 할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독점, 혹은 과점의 플랫폼들에 대해 좀 더 사려 깊은 사고를 가져야 하고 플랫폼 역시 선한 운영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실수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시장의 운영자로서 공정, 공평한 운영을 해야 하는 플랫폼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입니다. 아니 참여하더라도 매우 공정하게 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의 심판이어야 할 플랫폼이 선수로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쿠팡이 탐사수라는 먹는 샘물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카카오 택시가 카카오 T블루라는 자체 가맹택시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무신사의 자사 브랜드(Private Label)는 이미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에 대해 플랫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가는 면도 있습니다. 플랫폼이 제시한 새로운 방식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면 빠른 속도로 유사한 플랫폼이 시장에 등장합니다.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쟁에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방식은 이미 모두가 갖고 있는 방식이기에 이것 만으로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플랫폼들은 차별화 요소로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방법, 즉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쿠팡이 삼다수를 경쟁자보다 싸게 팔 수는 없습니다. 플랫폼 간의 경쟁이기에 삼다수는 특정 플랫폼에서만 싼 가격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팡은 자체 생수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저렴한 생수를 쿠팡에서 사는 고객들이 다른 상품 역시 쿠팡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택시의 T블루도 마찬가지입니다. 택시 기사님들은 모두 자영업자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콜을 선별합니다. 당연히 돈이 되는 콜은 열심히 잡지만 그렇지 않은 콜은 무시합니다. 여기에 비나 눈이 오는 날 혹은 심야시간에는 택시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택시 산업이 노령화되면서 만들어진 현상이기에 이를 플랫폼이 참여 없이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T블루라는 자체 가맹택시가 등장합니다. 월급제 택시이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고 돈이 안 되는 콜도 무조건 배차가 되는 택시입니다. T블루의 존재는 카카오택시라는 플랫폼의 품질을 올려줍니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좀 기다리더라도 택시가 도착할 것이고 짧은 구간을 가야 하는 노약자들을 위한 택시가 도착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품질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플랫폼을 만들면서 카카오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일반 택시 호출에는 전혀 수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품질 제고를 위해 도입한 가맹택시는 본질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택시기사의 고정 급여 보장, 안전운전 지침, 무조건 배차 등의 원칙으로 현재 운임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카카오 택시는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상장을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수수료의 인상이라는 선 규모확보 후 수익추구라는 모두가 싫어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수익이 나지 않는 가맹택시에 보다 많은 콜을 배정함으로 수익추구를 시도했습니다. 이 결과 수수료 인상은 택시 기사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부정적 여론으로 불발되었고 자신의 가맹택시로의 콜 배정은 알고리즘의 조작이라는 플랫폼이 절대 갖지 말아야 하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카카오는 경쟁자 가맹택시들에게 일반호출을 배정하지 않는 반칙을 저질렀습니다. 자사의 가맹택시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선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이슈입니다. 플랫폼도 기업이기에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익 추구가 플랫폼의 첫 번째 목적이 되는 순간 참여자들은 플랫폼을 신뢰하지 않기 시작합니다. 공정, 공평하면서도 선량한 운영자로서의 플랫폼의 역할은 시대의 사명이 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는 카카오톡이라는 모회사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했고 현명한 선택들을 통해 규모와 품질 모두에서 시장을 만족시켰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 독점이라는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그래서 카카오는 더 조심했어야 했습니다. 독점이라는 지위는 영광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질시와 견제를 받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과거의 기업처럼 스스로의 판단으로 모든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플랫폼 그 자체가 시장이고 산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택시의 결정이 10만여 명의 택시기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택시로 이동하는 수천만의 승객의 이동복지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플랫폼의 참여자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참여자들 역시 자신의 생각을 플랫폼에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플랫폼 참여자들입니다. 플랫폼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은 플랫폼의 일부인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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