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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쿠마상회

연어알 플랙스

가성비 연어알을 만들어 보자

by 플랫폼 교수

연어알은 나와 쿠마 김민성을 만나게 해 준 매개체였다. 몰트바인 부즈에서 연어알이 안주로 나왔고 그 연어알에 반해 쿠마를 알게 되었다. 연어알, 이꾸라를 사랑하는 나에게 김민성 셰프가 만들어 낸 연어알은 단연코 최고의 연어알이었다. 민성셰프가 이때 사용했던 연어알 원물은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오는 한국에서 잡히는 연어의 배를 갈라 얻어 낸 연어알이었다. 이를 민성셰프가 자신만의 레시피로 가공한 것이었다. 그래서 쿠마상회를 시작하고 연어알은 쿠마상회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상품이었다. 그런데 2년이 다되어가는데 연어알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연어알 원물의 가격이었다.


오야코동 크기조정.jpg


연어알, 일본어로 이꾸라는 연어알 원물을 가공하여 만든다. 알의 외피를 벗기고 간장이나 소금으로 조미를 해서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원물 연어알의 가격이 천정부지 오르고 있었다. 정부가 연어알을 위한 연어의 무분별한 조업을 방지하기 위해 금어기를 늘려버린 결과이다. 그 결과 연어알 원물 가격은 1Kg에 13만 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국내산 연어알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연어알의 가격이 수입산 일본 연어알 대비 많이 비싼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산 연어알의 가격은 100g 기준 3만 원 선원이다.


국산연어알 설명.JPG 10월 전후로 단 한 달만 잡힌다는 국내산 연어알로 만든 연어알


국산연어알 사진.JPG 아마도 가장 큰 알만 골라서 사진을 찍은 듯하다.


100g은 연어알 덮밥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을 때, 1인분에 해당한다. 집에서 연어알 덮밥을 만들어 먹기 위해 배송비를 포함해 인당 3만 원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연어알이 맛이 있는 고급음식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무리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의 대안으로 방사능이라는 아직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이슈가 있지만 일본산을 먹는 방법이 있다. 일본산 연어알로 일본에서 만들어서 냉동된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제품이다.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연어알의 대부분은 일본 수입산이라 생각하면 된다. 수입업체에 따라 가격이 약간 변동하는데 대략 100g 기준 2만 원 이하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입조건이나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 약간씩 다른 가격이 변동된다. 하지만 여전히 1인기준 연어알 덮밥을 먹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2만 원에 육박한다. 연어알 덮밥 혹은 이꾸라동의 가격이 일본에서도 만만치 않을 점을 감안해도 조금 비싼 느낌이다.


일본산 연어알의 가격은 100g 기준 2만 원 선이다.


대표적인 수입업체인 금상어가의 제품으로 80g에 2만 원에 육박한다.


연어알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던 민성셰프를 자극하니 나름의 방법을 찾아왔다. 바로 대서양 연어가 아닌 태평양 연어알을 가지고 연어알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연어가 대서양 연어라면 민성셰프가 들고 온 연어알은 러시아산 곱사연어의 알이었다. 곱사연어는 처음 들어 본 놈인데 알고 보면 개체수 면에서는 가장 많은 연어의 종류라고 한다. 우리가 영화에서 많이 보던 강을 타고 오르는 연어는 바로 이 놈들이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의 등이 곱사등이처럼 부풀어 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유본능이 가장 약해서 자신이 태어난 강이 아닌 다른 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주요 산란장이 오호츠크해와 네무로 해협으로 일본의 북해도와 러시아 사이 정도로 보면 된다. 그래서 곱사연어알의 대부분은 러시안 산이다. 이 러시아산 곱사연어알로 연어알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민성셰프의 생각이다.


우리가 만들면 100g에 1만 2천 원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냉동으로 수입되어 온 연어알을 해동하여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대략 가격이 100그램당 1만 2천 원 수준이 된다. 게다가 러시아산 연어알의 공급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연어알의 크기가 대서양 연어보다 조금 작다는 점인데 이는 초밥이 아닌 연어알 덮밥, 이꾸라동을 만든다면 심지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큰 연어알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 고객도 많기 때문이다. 대략 2만 5천 원대에 200g 정도의 연어알을 판매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연어알 덮밥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두 명이 2만 원 부근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KUMA_1317.jpg 민성셰프가 만든 연어알은 크기가 조금 작다. 하지만 연어알 덮밥에는 최적이다.


생 연어알을 가지고 조미된 연어알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어알을 감싸고 있는 막을 제거하는 일이 섬세함을 요구하는 일이기에 그러하다. 또한 연어알이 가진 고유한 풍미를 살리면서 입맛에 맛게 조미를 하는 것도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이미 시장에 있는 재료만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찾고 또 이를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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