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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쿠마상회

생선회의 대중소

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까?

by 플랫폼 교수

우리가 고깃집에 가면 1인분에 150그램, 2만 원과 같은 정보가 제공된다. 물론 고깃집에서도 과거에는 자세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나 정확한 무게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제공은 식품위생법상 정해 놓은 원칙이 있기에 가능하다.


2013년 1월 1일부터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라 모든 음식점은 고기의 가격을 100g당 기준으로 명시해야 하며, 1인분 단위로 판매할 경우 1인분의 중량과 가격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메뉴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가 식당별·부위별로 가격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식품위생법 개정 시에 수산물, 특히 생선회는 제외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가격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수산물의 가격이 원물의 수급에 따라 변동이 심하기에 이를 실제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생선회에는 광어 100그램당 12,000원 같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는 뜻이다.


모둠회 사진 은미횟집.jpg 일반 횟집의 메뉴판


쿠마상회를 하면서 처음부터 지켜 온 것은 바로 정확한 정보였다. 원산지나 조리과정에 대한 정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중량과 가격에 대한 정보였다. 예를 들어 일주일 이상 숙성하는 초숙성연어회는 300그램 기준 36,000원이다. 100그램 기준 12,000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300그램이면 몇 인분이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우리가 말하는 생선회 소중대에 익숙해져서일까? 일반적으로 "소"는 1~2인분, "중은 2~3인분, 그리고 "대"는 3~4인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1인분이 몇 그램인지 알고 있는 고객은 거의 없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고 아무도 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생선회를 판매는 곳이 늘어나면서 중량에 따른 가격정보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물을 당장 볼 수 없으니 보다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고 종종 그램수가 모자란다는 CS도 발생한다. 인터넷 상거래와 배달이 일상회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중량과 가격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가 많이 나타나면서 중량과 가격을 공개하는 곳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래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생선회 판매점인 형제상회의 연어단품의 내용이다. 연어단품 250그램이고 가격은 20,000원이다. 확실하게 중량과 가격이 명시되어 있다. 노량진에서 판매 1등을 하는 기업이니만큼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제상회 사시미 연어 단품.JPG 후기가 단 3개뿐인 것이 조금 이상하다.


이번에는 숙성회를 배달로 파는 곳이 있어 시켜보았다. 식당과 배달을 함께 하는 곳인데 중량과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모둠 숙성회가 200그램에 23,000원이고 연어 사시미 세트가 200그램에 22,500원이다. 나름 200그램 이상이라 표시하면서 중량에 대한 약속을 하고 있다. 형제 상회와 비교할 때 숙성회이기에 100그램당 가격이 11,250원으로 형제상회의 8,000원보다 비싸다. 물론 매장에서 판매하기에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7일 이상 숙성하는 쿠마상회의 연어회가 100그램에 12000원이니 가격은 형제상회의 생물 연어가 8,000원, 숙성회136의 1.5일 숙성연어가 11,250원, 쿠마상회의 7일 이상 숙성연어가 12,000원으로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숙성회136 메뉴판.JPG 숙성회 136 메뉴판


형제상회의 연어 단품 리뷰수를 보면 의외로 3개밖에 없다. 연어를 단품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많지 않고 많은 고객들이 모둠회를 선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모둠회이다. 모둠이라는 뜻은 여러 가지를 담았다는 그래서 다양한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어떤 회가 얼마만큼 담겼을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단품보다는 모둠회에서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생선회 시장에서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선, 혹은 현재 낮은 가격의 생선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형제상회의 모둠회를 살펴보면 모둠회 역시 정확한 중량을 표시하고 있다. 단지 사진에 보이는 것은 스페셜, 즉 10만 원짜리이고 6만 원짜리 베이식이나 7만 원짜리 스탠더드의 생선회 구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아직은 형제 상회도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형제상회 사시미 소.JPG





생선회 시장에서 중량과 가격의 공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초복이 되면서 민어값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1킬로그램에 10만 원을 호가하게 된다. 쿠마상회 기준으로 민어회는 300그램 기준 66,000원이다. 민어의 수율, 즉 생선에서 생선회가 나오는 비율, 40% 수준이다. 즉 300그램의 민어회를 얻기 위해서는 750그램의 민어가 필요하다. 민어 750그램의 가격이 원물가격 수준 이하에 있어야 취급이 가능하다. 약간의 산수가 필요하지만 킬로그램당 가격이 88,000원이 넘어가면 원물 가격도 안 나오는 수준이 된다.


이런 상황이 될 경우, 판매상들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민어를 품절시키거나 가격을 올려야 한다. 가격을 올릴 경우,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질 것 같아서 쿠마상회는 품절을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이 아마도 수산물 시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로 생각된다. 생선회를 대중소로 팔고 있다면 가격을 조금만 올리고 양을 줄이는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다음 같은 리뷰를 봤다.


가격은 9만 원으로 올랐던데 양은 확실히 줄은 것 같아요.




아마도 생선회를 파는 모든 업주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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