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은 시마아지
어느 날 가게 주방에서 민성셰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밀려오는 약간의 허기... 뭐 먹을 것 없니라고 묻는데 앞에서 박실장이 뭔가를 손질하고 있다. 서당개 3년에 딱 봐도 시마아지, 줄전갱이다. 자연스레 입에 침이 고이는데 참을 수가 없다. 좀 썰어봐~~ 박실장의 손에서 시마아지가 한 점씩 내 앞으로 날아온다. 시마아지는 등 푸른 생선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방어, 고등어 뭐 그런 생선들과 한 종족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학명이나 분류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가 먹는 맛 기준이다. 참고로 필자의 부모님은 이런 회를 싫어하신다. 언제나 광어, 도미 즉 흰 살 생선만 고집하신다. 하지만 필자의 최애 생선회는 이런 놈들이다. 특히 고등어회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런데 이 줄전갱이가 고등어에 대한 사랑을 빼앗으려 한다.
먼저 맛은 고소함이라는 등 푸른 생선의 모든 좋은 점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다른 차원의 기름맛을 보여준다. 이 기름맛은 방어도 줄 수 없고 오직 줄전갱이만 가졌다고 생각한다. 조금 오버를 떨자면 프랑스 론지망의 비오니에가 주는 그런 오일리한 맛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절대 느끼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기름맛을 준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그 외에 등 푸른 생선들이 주는 고소하면서 눅진한 맛을 모두 갖고 있다.
두 번째는 씹는 맛이다. 생고등어회는 찰진 씹는 맛을 준다. 일종의 탱탱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텐데 시마아지의 식감은 이를 압도한다. 필자가 육고기 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 식감 때문이다.
문제는 줄전갱이보다 시마아지라는 일본명이 더 유명하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조금 잡히기는 하지만 어획량이 많지 않고 일본인들이 시마아지라는 생선을 너무 잘 양식하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줄전갱이는 시마아지다. 한국에서 자연산으로 잡힌 놈을 줄전갱이라 부른다면 일본 양식은 시마아지라 부르는 것이 맞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먹는 것도 시마아지라 봐야 한다.
우리가 먹는 줄전갱이는 모두 일본 양식 시마아지다.
뭐 일본산이라고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올해 일본방문 한국 관광객이 천만명을 넘어설 것을 생각하면 그런 비호감은 접어두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런데 일본에서 "아지"라는 단어는 "맛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나던 생선이 아지류이고 일본인들은 이 아지로 배를 채우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지는 서민의 생선이다. 한국에서 고등어라고 보면 된다. 그 아지가 전갱이고 아지의 고급버전이 시마아지 바로 줄무늬전갱이다. 이 정도를 알면 술자리에서 아지에 대해 한마디 하는 것이 가능하고 여기에 시마아지의 맛까지 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문제는 시마아지의 가격이다. 일단 수입상품이고 일본산이기에 비싸다. 노량진 도매가 기준으로도 최성수기인 여름에는 1킬로그램당 대략 3만 5천 원선이라 알려져 있다. 생물에서 생선회가 차지하는 비중을 50%를 보아도 생선회 1킬로그램 당 가격이 7만 원이니 일반 식당에서 1.5~2인을 위한 "소"자(대략 500그램)의 가격이 7~8만 원 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급생선임은 분명하다. 7~8만 원이면 3~4명이 푸짐하게 양식 광어와 우럭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시마아지를 선택하는 것은 분명 쉬운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광어와 우럭만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생선회를 좀 먹는다는 사람이라면 시마아지는 분명히 알아야 하는 맛이다. 일본여행을 가서 서민의 생선인 "아지"류의 생선을 모른다면 쉽게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선회 미식경험을 넓히기 위해 시마아지는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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