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 처음 맞보는 고통
디지털 노마드를 열렬히 꿈꾸던 나.
나도 내가 재택이 싫다고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많은 IT& 스타트업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지난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막연히 집에서 일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그 민낯을 파헤쳐보자.
재택을 하게 되면, 원래 안 하던 사람들도 커뮤니케이션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접점이 많은 PM들이 특히 그렇고,
그중에서도 팀원과 팀 공동 프로젝트 관리해야 되는 팀장이 더 그렇다.
PM + 팀장 = 무한 커뮤니케이션 = 내 얘기
평소의 나는 하루의 2-3시간을 QAULITY TIME으로 정하고 그동안 슬랙에서 사라져 있는다.
하지만 재택을 하고 나서는?
슬랙에서 교통정리하는 일 때문에 + 재택이라 더 칼 같이 대답해야 할 것 같은 강박 때문에
방해 없이 한 번에 1.5시간 집중하기도 어렵다.
한 번에 앉아서 하면 2시간에 끝낼 일을,
나눠서 하면 context switching 때문에 1시간씩 3번 가까이해야 끝난다..
내 담당 프로젝트의 효율이 와장창 되는 것이다.
말로 하면 1분 만에 설명할 내용을,
글로 쓰려면 20배의 문장, 10배의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 마법!
그 이유는 이렇다.
1. 어투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 돌려 말하기, 장황하게 풀어쓰기를 많이 하게 된다
2. 대화를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제스처나 그림 그리기 등이 없기 때문에 -> 더 많은 문장을 통해서 상대가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위처럼 "상상"을 하도록 돕기 때문에 -> 상대는 잘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 또 핀트가 다른 얘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 또 그것을 정정하기 위해 또 문장을 쓰게 되고...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길어지는 무한루프를 타게 된다.
2번처럼 모두 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그래도 진짜 진짜 진짜 진짜 구두로만 논의해야 하는 게 항상 생긴다.
일대일이면 글로 얘기하다가 바로 전화를 해도 괜찮겠지만,
참여자가 여러 명이면 무조건 행아웃이다.
만약 지금이 3시 13분이라면 언제 행아웃을 하게 될까?
3시 30분이나 3시 20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나면,
1. 캘린더 / 행아웃 등을 켠다
2. 당사자들을 초대한다
3. 다시 슬랙에 "XX분에 행아웃으로 논의하시죠"라고 남긴다
4. 행아웃에 접속한다
행아웃 시작과 함께 해당 이슈에 대한 기억과 집중력은 어떻게 될까?
그럼 저 7/17분 동안 저 많은 과정을 거치고 남은 시간을 행아웃 대기하고 나면, 당연히 이미 모두 잊어버렸을 거다.
그럼 다시 3분을 써서 미팅 당사자들을 주목시키는 데 사용하게 된다.
2번째 효율 와장창이다
쉬는 시간도 즐거운 일도 없다!
간식 나눠먹기, 약간의 잡담, 일하다가 간간히 나오는 드립, 통로에서 마주치면서 하는 스몰 톡...
그 모든 즐거운 일은 사라졌다.
행아웃에서 서로의 빈대떡+핏기 없는 얼굴을 보고는 도무지 잡담할 생각은 안 들고,
#용건만 간단히
하루 이틀이야 말도 안 하고 별 이벤트 없이 살지만,
그것도 장기화되면, 침체돼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재택 초보인 데다가,
원래 재택을 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 불편할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감금되어있어서 더 힘든 것도 맞다
그래도 바랬던 재택근무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나뿐만 아니라 모두 실망이다.
빨리 코로나가 좋아져서,
회사에 나가길 바라고 있다.
물론 나가면, 1시간 만에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