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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Jul 07. 2021

휘청인들 넘어지지는 말아라

최백호-위로


좋은 기회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백 퍼센트 운이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실은 노력도 많이 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 못할 것도 없다 생각했다. 나를 위해 보냈던 많은 시간들을 접어놓고 꿈을 위해 공부했다. 아직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속속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괜찮다. 


면접 준비를 하는 건 발가벗는 것과 같다. 내 속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곧 내가 얼마나 초라한 사람인지를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질구레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을 걷어내고, 오로지 내실만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곱씹을수록 자괴감이 커졌다. 남들과 비교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더했다. 나는 발가벗은 채로 홀로 서있는데 앞서가는 이들은 연대하며 뛰어나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 기대이던 사람들 흘러가 버리고 

아픈 사랑 노래도 잊혀져가네 

한숨처럼 날은 저무는데 

야윈 뒷모습 외로이 남았네 


-최백호, <위로>



남한테 칭찬을 듣는 일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다른 이에게 칭찬을 잘 건네지 않는다. 사람들은 살기 바쁘고 내 몫을 챙기는데 집중하지 타인의 장점을 발견해 알려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건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세상이 그만큼 어지럽고 복잡해서다. 


가장 최근에 들었던 칭찬은 이거다. 


"너는 구김살이 없는 것 같아. 이건 큰 장점이야."


면접 준비를 하며 내 장점에 대해 고민하다 문득 떠올린 기억이다. 당시 나는 이런저런 실수들을 남발해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괴감을 느끼고 있던 차였는데,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둥글둥글하게 웃으며 대하는 원 모양의 인생을 살고 있었던 거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불과 몇 년 새 까맣게 잊고 지냈던 둥그런 내 지난 성격들이 말이다.


못 본시험 성적으로 단 한 번도 슬퍼한 적이 없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니 내 노력은 그만하면 되었고, 성적이 나오지 않은 건 내 운이 거기까지였던 것이므로 나와 인연이 아닌 기회였다고 생각하곤 했다. 대학 입시에서도 그랬고, 사회와 맞닿으며 했던 여러 가지 도전들에서도 그랬다.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그게 뭐든 나는 노력했고 그렇다면 내 할 일 다 했다는 그런 마음가짐. 


가끔 휘어지기는 했어도 여태 부러지지 않은 건 내가 구김살이 없는 성격 이어서다. 그건 내 자부심이자 내 인생의 이상이기도 했는데, 어느샌가부터 잊고 있었던 거다. 넘치는 사랑을 받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남들에게는 넘치는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면서도 다짐했던 건데.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여전히 구겨지지 않아 보였다니 다행이었다. 


거의 꺾일 뻔했는데 다시 기운을 차릴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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