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은호 Dec 29. 2023

엄마 이모티콘을 만들기까지 #4

소중한 것들을 잘 지키는 일

카카오 이모티콘 <딸! 엄마가 응원해> 시안


하루는, 중고사이트를 기웃대다가 나도 가지고 있는 물건을 누군가 꽤 비싸게 판매한 글을 보았다. 바로 책이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라 아끼고 아껴 읽어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였기에 내 책도 비슷한 가격에 팔릴 것 같았다. 좋아하는 책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돈이 급했기에 팔기로 마음먹었다. 판매 글을 올릴 때 필요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엄마가 방에 들어오셨다.


-뭐 해?

-중고사이트에 팔 거 사진 찍고 있어.

-이번엔 뭐 팔려고?

-책. 내가 좋아하는 책인데, 4만 원에 팔리는 거 있지? 조금 아깝지만 일단 팔고 돈 벌면 다시 살려고.

-왜 아끼는 책을 팔아? 책은 안돼. 팔지 마.


엄마는 책을 가져가 원래 있던 곳에 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책은 팔지 말라고 당부하며 일찍 자라는 말을 하신 후 방을 나가셨다. 엄마의 얼굴은 어두웠고 속상해 보였고 슬퍼 보였다.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니 나도 너무나 마음 아팠다. 엄마가 나가신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나는 나에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돈을 못 버는 일러스트레이터나 긴 취준기간 보다도,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게 문제였다.


그림도, 가족도, 친구도, 내가 좋아하는 물건도. 그리고 나 자신도.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히 여기질 못했고 방치했다. 방문을 잠그고 혼자 숨죽여 울었다. 더 이상 나를 무책임하게 방치하지 말자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잘 지키자고 다짐했다.


그 후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게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란 걸 인정했고, 그중에 잘할 수 있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걸 받아들였다. 그만두었던 일에서 다시 시작했다. 캐릭터작업을 다시 시작했고, 그리고 처음으로 엄마의 이모티콘을 작업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이모티콘 제안을 계속했다. 연이은 미승인 답변만 받다가 2달 만에 첫 승인을 받았다. 그게 바로 엄마의 이모티콘이었다. 엄마에게 캐릭터를 보여드렸을 때, 엄마는 너무 예쁘다며 우리 딸이 귀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좋아하셨다.


엄마의 캐릭터는 나를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해 주었고, 작업하면서 스스로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었기에 그동안 해왔던 다른 작업들보다 더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 앞으로 이 캐릭터를 사랑하며, 내게 소중한 이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서툰 글 솜씨로 지은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을 소개해드리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카카오 이모티콘 샵 :

https://e.kakao.com/t/mom-is-rooting-for-you-my-daughter?t_ch=share_link_web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이모티콘을 만들기까지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