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후 하루하루 서서히 망가졌고 두 달쯤 되었을 때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게임을 하느라 취업준비를 게을리했고 지원해야 했던 공고의 서류기한을 놓친 일도 잦았다. 제대로 씻지 않았고, 게임을 하다가 식사를 거를 때도 많았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을 완전히 잃었다. 이러다간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망가질 것 같아 겁이 나서 게임을 삭제했다.
3월에 멈춘 달력을 시간이 흐른 만큼 넘기고서 지금의 상황을 돌아봤다. 당장 급한 건 이번 달 생활비가 부족했다.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지만 아르바이트도 서류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막막했을 때 생각해 낸 것이 중고사이트에 물건을 파는 거였다. 사이트를 살펴보니 옷을 판매하는 게시물이 많았다. 옷장을 뒤적여보았지만, 내가 가진 옷들은 곧 버려야 할, 낡은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낡은 내 물건 대신 부모님의 물건들 중에 팔만한 것들을 찾았다.
'엄마 이 블라우스 안 입지? 입은 거 본 적 없는데'
'아빠 이 구두 새 거네 안 신을 거면 내가 팔게'
'이 가방 그냥 팔아! 안 쓸 것 같은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모님을 설득, 애원해서 팔 물건들을 모아 판매글을 올렸다. 저렴하게 판매하니 금방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덕분에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다.
생활비를 겨우 해결했지만, 여전히 막막했고 불안한 나날이 이어졌다. 마음을 다잡고 어렵게 책상 앞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노력의 결과가 실패로 이어질 거란 생각에 쉽게 의욕을 잃었다. 앞에 놓인 일들에 집중하지 못했고 금방 지쳐버리는 스스로에게 또다시 실망감이 쌓여갔다.